[나와 통일] (30) 20년간 해외등반·극지탐험 산악인 허영호씨

[나와 통일] (30) 20년간 해외등반·극지탐험 산악인 허영호씨

입력 2011-09-08 00:00
수정 2011-09-08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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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4대명산 정상 오르는게 내 소원”

나는 1982년 세계 제5위봉인 히말라야 마카루 등정을 시작으로 20여년간 해외원정 등반과 극지탐험을 해 왔다. 1995년에는 세계 최초로 7개 대륙의 최고봉과 남·북극을 등정한 사나이로 기록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못 가본 곳이 바로 북한의 명산들이다. 앞으로 북한 땅을 직접 밟아서 백두산, 금강산, 묘향산, 칠보산 등 북한의 4대산에 오르는 것이 내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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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허영호씨
산악인 허영호씨
백두산은 중국을 통해서 여러 번 오른 적이 있다. 1997년부터 매년 백두산을 다녀왔고 2000년 1월 1일에는 백두산의 물을 떠와 통일 기원 남·북한 합수식을 했다. 중국에서 올라가는 길은 안 가본 길이 없을 만큼 훤하게 꿰고 있다. 하지만 북한쪽으로는 백두산에 오르지 못했으니 절반이 미완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1995년부터 北등반 프로젝트

백두산의 최고봉은 북한에 있다. 천지는 분화구 중 가장 크고 높은 곳이고, 정상은 ‘장군봉’이다. 백두산 정상이 뻔하게 보이는데도 내 발로 가지 못하고 내려왔다. 마음 같아선 오리발을 끼고 천지를 헤엄쳐서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남북 간의 교류가 활발하던 5년전 묘향산 관광을 갔다. 가을의 묘향산은 울긋불긋한 단풍이 곱게 들어 설악산과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묘향산에는 김일성 별장이 있을 만큼 아름답고 신비로움이 묻어나는 곳이다. 분단되기 전 여러 산악인 선배들이 묘향산에 다녀온 기록이 있다. 당시 안내원의 통제하에 1시간 정도 걸어 올라가 크고 작은 폭포만 몇개 보고 내려왔는데 ‘내 발로 꼭 걸어서 정상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북한의 산에 오르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다. 중국 베이징에 나와있는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측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기를 수차례. 베이징을 오가며 쓴 항공료와 접대비, 숙박비만 수천만원은 들었을 것이다. 항상 거의 될 듯하다가도 북한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애를 태우는 애물단지 프로젝트다. 곧 남북 교류가 재개되고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 북한의 초청장을 받아 우리 정부에 방북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北주민에 ‘자유’ 알리고파”

내가 북한의 산에 가고싶어 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우리의 산이기 때문이다. 가보지 않은 산에 올라 산을 느끼고 오겠다는 것, 안 가본 곳을 내가 개척해야겠다는 욕심에서다. 산 정상에 깃발을 꽂거나 만세를 부르지도 않을 것이다. 산에 오르는 것 자체가 ‘자유’이고, 내가 북한의 산에 오름으로써 그 뜻이 북한의 주민들과 국제사회에 전달되었으면 한다.

몇년 전부터 이 프로젝트에 경비행기가 추가됐다. 남한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서해직항로를 통해 평양에 들어간 뒤, 북한의 산에 오르는 것이다. 비행 문제는 북한의 군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에는 악조건이 추가된 셈이다. 그러나 내 비행기를 가지고 관제를 하면서 평양 순안공항에 내리는 것. 상상만 해도 신이 절로 난다. 남들이 가지 못한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 내가 살아온 인생길이다.

하나원에서 만난 탈북 여성들에게 에베레스트산이나 남·북극을 등정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면 호기심을 갖고 눈을 반짝인다. 북한 주민들에게 여행의 자유가 없는 것은 얼마나 불쌍한 일인가. 북녘의 땅끝을 보고 예쁜 풍경을 마음에 담아 오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정리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약력

▲57세 ▲드림앤어드벤처 대표 ▲서울~제주 초경량비행기 단독 비행 ▲아시아 에베레스트·남아메리카 아콩카과·북아메리카 매킨리·아프리카 킬리만자로·유럽 엘브르즈·남극 매시프·오세아니아 카스텐즈 등 7대륙 최고봉과 남·북극 최초 등정

2011-09-0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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