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최숙현 동료선수들 국회서 폭로
“주먹으로 가슴·명치 맞는 것은 일상”가해 감독 등 3명은 혐의 전면부인
스포츠공정위, 감독·주장 영구제명
고개 꼿꼿이 든 ‘그 사람들’ 사과도 없었다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6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모(왼쪽)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과 장모(가운데)·김모 선수가 의원들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이날 대한철인3종협회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소집해 최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김 감독과 장 선수를 영구제명하기로 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최 선수와 함께 경주시청 팀에서 뛰었던 선수 2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경주시청 팀은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되던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선수 외에도 최소 8명의 선수가 경주시청 소속 김모 감독과 팀닥터 안모씨, 주장 장모 선수, 남자 트라이애슬론 김모 선수 등으로부터 수년간에 걸쳐 상습적으로 폭행과 폭언, 가혹 행위, 감시를 통한 사생활 침해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또 안씨로부터는 성추행도 당했으며 장 선수에게는 전지훈련 경비 명목으로 송금을 강요당했다고 했다.
두 선수는 “뺨을 맞거나 주먹으로 가슴과 명치를 맞는 것은 일상”이라며 감독이 발로 차 손가락이 부러진 일, 감독이 담배를 입에 물리고 뺨을 때려 고막이 터진 일, 야구방망이와 쇠파이프로 수시로 맞은 일, 미성년자 신분의 선수들에게 술을 강요하며 ‘술고문’을 한 일 등 믿을 수 없을 만큼 잔인한 가혹 행위를 폭로했다.
두 선수는 “선수 생활 유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숙현이 언니와 함께 용기 내 고소하지 못한 점에 대해 언니와 유가족에게 사과한다”며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죄를 인정하고 제대로 처벌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4명 중 김 감독과 장 선수, 김 선수 등 3명은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에 증인으로 출석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트라이애슬론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날 제4차 공정위를 열고 김 감독과 장 선수에게 영구제명을, 김 선수에게 자격정지 10년 징계를 결정했다. 안씨는 정식 체육회 소속이 아니어서 징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2020-07-07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