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왕당파도 ‘퇴진 불가피’ 급선회…마지노선 붕괴하나

친박 왕당파도 ‘퇴진 불가피’ 급선회…마지노선 붕괴하나

입력 2016-11-28 19:50
업데이트 2016-11-28 19:5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서청원·최경환·조원진·홍문종 등 “명예 지켜야…끌려나가선 안돼”“탄핵 정국 오래 가면 나라 망한다”…‘朴대통령 사수 불가’ 판단 가능성도

청와대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남아 있던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 주류 핵심 의원들마저 결국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열에 사실상 가세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친박의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과 좌장격인 최경환 의원, 조원진 최고위원을 비롯해 정갑윤, 유기준, 윤상현, 홍문종 의원 등 이른바 ‘왕당파’ 주요 중진들은 28일 긴급 회동을 열어 박 대통령에게 ‘명예 퇴진’을 직접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 중 극히 일부는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종국에는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이는 사실상 하야 요구에 준하는 것으로 야권과 새누리당 비주류의 퇴진 요구로 안 그래도 코너에 몰린 박 대통령을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하게 만든 결정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사실상 유일하게 방패막이 역할을 한 친박 핵심들이 이처럼 박 대통령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조원진 최고위원 등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탄핵을 주도한 비주류와 야권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어 야권과 새누리당 비주류는 이 같은 변화를 더욱 의아해하고 있다.

일단 친박 핵심 중진들이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명예’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박 대통령 탄핵 소추안 발의가 임박하고 탄핵안의 국회 가결도 유력해진 만큼 박 대통령이 더 버티다가는 국회와 국민에 의해 ‘끌려나가는 모양새’가 될 것을 우려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만약 탄핵 정국으로 간다면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국정 공백’이 빚어지면서 경제·안보 위기가 극대화되고 나라 전체가 극도의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 역시 친박 핵심들이 우려하는 부분이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친박 주류의 속내에는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탄핵이 가결되고 결국 박 대통령이 ‘쫓겨나듯이’ 직에서 물러나게 됨으로써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서는 여권의 ‘필패’가 불보듯 뻔한 만큼 어쩔 수 없이 박 대통령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많다.

친박 주류도 이 같은 해석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밀려나가는 모습은 장기적으로 여권 전체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국민은 계속 늘어나고 검찰 수사에선 하루가 다르게 추가 의혹이 나오는데다, 탄핵안이 발의되면 당장 통과될 듯한 분위기 속에서 민심을 최전선에서 접하는 국회의원으로서는 아무리 ‘왕당파’라도 정치인의 입장에서 더 이상은 박 대통령을 엄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현실적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야권에서는 더 나아가 이들의 돌발 행동을 탄핵안 발의를 앞두고 시간을 끌고자 내놓은 ‘교란용 작전’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탄핵으로 수렴되는 듯했던 논의의 초점을 일단 흐려놓고 시간을 끌면서 탄핵 동력을 약화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강제 퇴진을 이야기한 지 이미 오래된 만큼 진정성이 있으려면 구체적 시점을 언급하거나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면서 “그런 것도 없이 명예퇴진하는 게 좋겠다고 하는 건 혹시라도 탄핵 동력을 악화시키려 한다는 의혹을 들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외형적으로 보면 지난주 국정 지지도(한국갤럽)가 4%까지 추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또 경신한 박 대통령은 이날 왕당파들의 이탈로 더욱 고립되는 형국이다.

이날 사표가 수리된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하차’로 ‘사정라인’의 한축이 무너지고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사실상 철회할 수도 있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이탈 현상이 가속하는 가운데, 여당 왕당파마저 이른바 ‘난파선’을 떠날 채비를 하는 모양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핵무장 논쟁,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에서 ‘독자 핵무장’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평화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독자 핵무장 찬성
독자 핵무장 반대
사회적 논의 필요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