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한발 물러서자 野 ‘단계적 퇴진’ 투쟁노선 변화 고민

朴대통령 한발 물러서자 野 ‘단계적 퇴진’ 투쟁노선 변화 고민

입력 2016-11-08 19:18
업데이트 2016-11-0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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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벌기 제안일 뿐, 퇴진요구 살아있어” 고수…내부선 역풍우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임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단계적으로 정권퇴진 운동을 전개하려던 야당이 투쟁노선 변화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야권이 내걸었던 영수회담의 선결조건 가운데 핵심 중 하나인 ‘국회추천 총리 수용’이 어느정도 관철된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정권 퇴진운동이 명분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오히려 강경노선을 고수한다면 자칫 여론의 역풍에 부딪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대로 실제 전권을 내려놓고 2선으로 퇴진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단계적 퇴진운동 카드를 철회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일부 야권 지지자들이 ‘하야 운동’에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 역시 야당 지도부에게는 부담이다.

박 대통령과 정 의장의 회동이 끝나자 야당 내에서는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임명해 내각을 통할토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두고 야당이 요구한 ‘2선 후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2선 후퇴를 수용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국면전환용 제안”는 비판론이 점차 우세해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올려 “국민에 대한 진심이 담긴 사과와 반성 없이 국회를 기습 방문해 일방적으로 총리만 제안(추천)하라고 한 것은 또한번 국민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박 대통령의 제안에 “거국 중립내각의 취지와 다르고 민심과도 많이 동떨어져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흐름에 힘을 실었다.

투쟁방식에 대해서도 ‘톤다운’보다는 단계적 정권퇴진 기조를 유지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고위전략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전략회의 직후 논평에서 “계속 주권자인 국민과 촛불 민심을 보고 가겠다. 상륙작전식 국회 기습 방문은 여전히 국민 요구에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핵심은 국정에서 명확히 손을 떼는 것”이라며 “실질적 2선 후퇴에 대해 분명하게 답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단계적 퇴진 요구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했다.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내일 야 3당 대표가 회동해 대통령의 2선 후퇴를 명확히 요구하고, 이후 주중 의총이나 현안질의 등을 거쳐 주말에는 장외집회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를 필두로 강력한 ‘하야 투쟁’을 주문하는 입장이 강하다는 것도 부담이다.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4선 이상 중진 회동에서도 “대통령이 스토커 같은 모습을 보인다”(송영길 의원), “하야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품격과 권위를 갖춘 대통령이 내려올 때 하야라고 하는 것”(문희상 의원) 등 날선 반응이 쏟아졌다.

국민의당 역시 투쟁노선 완화와는 거리가 먼 반응이다.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총리를 추천해달라는 말만 남기고 돌아가니, 후임 총리가 누가 되느냐로 초점이 옮겨 갔다”며 “자천타천 총리 후보가 난무하는 코미디다. 대통령님의 정치는 기가 막히다. 정신을 바짝 가다듬겠다”고 남기면서 이번 제안으로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야권 내에서는 자칫 이번 계속 ‘퇴진’ 주장을 들고 강경대응을 할 경우에는 여론의 역풍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야권의 핵심 요구 중 하나인 ‘국회추천 총리’에 대해 대통령이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한 상황에서, 퇴진 목소리를 계속 낸다면 “야당이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청와대가 제시한 수습책을 거부하고 국정의 공백을 길게 만드는 책임을 야당이 지게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실제로 원내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이 “이제 퇴진운동을 안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어 “퇴진운동을 그만둘 정도의 명분이 된다는 얘긴가”라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12일 장외에서 당이 주최하는 국민보고대회와는 별도로 시민단체가 여는 민중총궐기에는 결합하지 않기로 한 것 역시 이런 역풍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물밑에서는 조금씩 총리 추천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원내 관계자는 “대통령이 2선 후퇴 여부를 이번 주까지 정리해준다면, 이후 총리 문제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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