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감·친노 거부감·비대위원 실망감 복합적 작용
문재인 급거상경·비대위원 “송구스럽다”며 대표직 수행 호소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22일 비례대표 공천 문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과 관련, 대표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
특히 비대위가 김 대표에게 비례대표 2번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려 하자 김 대표는 비례대표 순번에서 “내 번호는 빼놓으라”며 엄포를 놓는 등 이미 대표직을 사퇴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회의에 참석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에 둘러싸여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6. 03. 22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김 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대단히 자존심이 상했고 모욕적으로 느꼈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김 대표가 2번에 배정한 것은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을 싫어하는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런데 말도 안되는 비난으로 한 방에 호남표를 날려버렸다. 김 대표가 그것을 너무 슬퍼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공천을 위한 중앙위 단계의 당 내홍 사태 속에 친노 패권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판단과, 여전히 운동권정당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김 대표 측 인사는 “친노 진영이 김 대표에게 비례 2번을 부여하고 대표 몫 전략공천 4명을 인정할테니 나머지 비례 공천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심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며 “친노가 자신을 핫바지에다 얼굴마담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라고 성토했다.
이 관계자는 “당이 좀 안정화되고 공천이 끝나니까 친노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운동권 정당으로는 수권정당이 요원해 이를 바꿔보려고 했는데 김 대표가 노욕을 낸다든지, 심통을 부린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을 참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김 대표는 이런 식이라면 수권정당이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다. 김 대표가 아무리 해도 당이 변하지 않으니 혼자서 당을 끌고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전했다.
비대위원들에 대한 실망감도 원인이 됐다고 한다. 비대위가 김 대표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례 순번을 2번에서 14번으로 조정하고 이를 보고도 받기 전에 언론에 노출되는 과정 등에 대해 김 대표가 격노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 측에서는 비대위원들이 김 대표의 생각에 동조하기보다는 당내 여론이나 역학관계에 휩쓸려 오히려 김 대표를 흔드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불만이 강하다.
김 대표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비대위원들을 향해 “일반 당원들과 달리 판단해줬으면 좋겠다”고 서운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비대위원들은 “대표를 잘 모시지 못해 송구스럽다. 앞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 계속 당을 이끌어달라”고 간곡히 호소했지만 김 대표는 똑부러진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김 대표는 비례대표 명부 작성권한을 비대위에 일임하면서 “비례 2번에서 내 이름을 빼놓으라”고 엄포를 놓았고, 비대위원들은 “2번을 비워놓을 수 없고 김 대표 이름을 넣겠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비례대표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대표직에서 사퇴할 수 있음을 시사하자 비대위원들이 여지를 두지 않겠다고 막아선 것이다. 비대위원들은 이날 밤 김 대표의 자택을 찾아가는 것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대표도 김 대표의 사퇴 고민 소식을 듣고 급거 상경해 김 대표의 구기동 자택을 찾아가 대표직을 계속 수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사퇴 여부에 대한 직접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이 상태로 당을 끌고갈 수 있을지 내일까지 좀더 생각해보겠다”, “모욕을 참기 어렵지만 신중히 생각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측에서는 이미 김 대표의 마음이 더민주를 떠났다며 대표직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는 강한 발언들이 계속 나온다.
반면 김 대표가 비례대표 공천 과정의 논란을 털어내고 리더십을 재정립하기 위한 군기잡기 차원에서 벼랑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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