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계 3선 중진인 진영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3.17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6.3.17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력만 놓고 보면 정치적으로 순탄한 길을 걸어온 듯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는 굴곡이 적지 않았다.
박 대통령과 진 의원의 직접적 인연은 12년 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기간 진 의원은 ‘최측근→탈박→복박→비박’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박 대통령과 미묘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우선 진 의원은 박 대통령의 ‘원조 비서실장’이었다.
지난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17대 총선에서 탄핵역풍을 맞아 존립위기에 빠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당시 박근혜 신임 대표는 초선 의원이던 진 의원을 초대 비서실장으로 임명해 당 재건 사업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게 했다.
진 의원은 당시 무거운 입과 꼼꼼한 일 처리로 신임을 얻어 1년여간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그러나 2007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캠프가 꾸려졌을 때 진 의원은 ‘현역 의원의 캠프 참여는 안 된다’는 소신에 따라 캠프를 ‘출입하지’ 않았다.
이후 박 대통령이 경선에서 패배하자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은 이런 진 의원의 독자행보를 ‘무늬만 친박’이라고 비판했고, 결국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진 의원은 2010년 ‘탈박(脫朴)’을 선언하게 된다.
특히 진 의원은 박 대통령이 반대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찬성하는가 하면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의 국회의원 재선거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진 의원의 신념을 신뢰했다고 한다. 정치적 고비 때마다 따로 진 의원에게 조언을 청하기도 한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회자되고 있다.
실제 이 같은 전폭적 신뢰를 뒷받침하듯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통령 당선 직후 진 의원을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에 앉혔고, 이어 초대 내각에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봄날’은 오래가지 못했다.
진 의원이 정부 출범 7개월여 만에, 그것도 당시 박 대통령의 핵심 국정 과제인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 지급하려던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며 장관직에서 중도하차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을 맞았다.
이처럼 자신의 소신을 앞세운 것이 3년 만에 친박계가 주도하는 공천에서 배제되는 결과로 연결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당안팎에서 나온다.
진 의원은 급기야 공천배제 후 고심 끝에 17일 새누리당 탈당을 공식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지역구 사수의 의지를 분명히 한 만큼 무소속 출마의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진 의원 영입을 위해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