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일성 제안’ 봉투 전달하며 美와 접촉시도

北, ‘김일성 제안’ 봉투 전달하며 美와 접촉시도

입력 2014-03-26 00:00
업데이트 2014-03-26 15:4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정부,‘北외교관 성범죄’ 사건 고리로 북미접촉 증가 우려

북한이 1980년대 초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김일성 제안’이 든 봉투까지 전달하며 줄곧 독자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정부가 공개한 외교문서들에 따르면 김일성의 이러한 시도들은 미국 정부 거부로 불발됐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가 1982년 10월 우리 유엔대표부 직원에 전한 바에 따르면 그해 봄 제네바 주재 북한대사가 한 리셉션장에서 제네바 주재 미국 대사에게 갑자기 서류봉투를 내밀었다. 북한 대사는 “북·미 간 제반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김일성 주석의 제안이 봉투에 들었으니 미 정부에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 미국 대사는 봉투를 일단 받았지만 국무부 지시로 뜯지도 않은 채 다음날 북한대표부에 돌려보냈다.

이후 6월에도 천재홍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유엔에서 미국대표부 직원에게 서류봉투를 직접 전달하려고 했지만 미국 측 거부로 불발됐다.

우리 정부는 같은 해 9월 뉴욕에서 발생한 북한 외교관의 미국인 여성 성범죄 사건을 고리로 북미 직접 접촉이 늘어날까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사건은 북한 유엔대표부의 오남철 3등 서기관이 뉴욕 교외의 한 공원에서 흑인 여성을 성추행했다고 피해 여성이 신고한 사건이다.

미국 정부가 이듬해 1월 자국 외교관의 북한 외교관 접촉 지침을 좀 융통성 있게 손보겠다는 뜻을 밝히자 우리 정부의 우려는 증폭됐다. 당시 미 외교관들은 국무부 지침에 따라 북한 외교관과 어떤 실질적인 교제도 거부하고 제3국 행사시 북측이 접근할 때에는 오직 형식적인 예의로만 대해야 했다.

외교문서 ‘미국의 북한 외교관 접촉지침 개정 문제’(1983년)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의 지침 개정이 ‘한국 참여없이 북과 접촉하지 않는다’는 기존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수차례 미국에 강조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많이 본 뉴스
핵무장 논쟁,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에서 ‘독자 핵무장’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평화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독자 핵무장 찬성
독자 핵무장 반대
사회적 논의 필요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