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겐 영혼이 없다.”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공무원이 고리타분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파닥파닥 활어같이 공무원 생활을 하는 이색 공무원들을 찾아봤다.
■ ‘광진구 오락본부장’ 황호림 주무관
이미지 확대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광진구 공보팀에는 ‘타이거 우즈’가 있다. 6년차 공무원인 황호림(43) 주무관의 이메일 이름이다.
전직 개그맨인 황 주무관은 얼굴만 봐도 익살스러운 표정 때문에 웃음을 자아낸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해 인테리어 업종에서 10년 동안 몸담았다가 공무원으로 전향했다. 그러나 이력에는 숨은 1인치가 있다. 자영업인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하면서, 개그맨으로 2년간 활동했다. 현역 개그맨 심현섭을 소개받아 ‘개그콘서트’ 지방순회를 하면서, 심현섭·강성범의 ‘파우와우’(북미 인디언들의 집회) 등 몇 개 코너에 등장했단다.
13년 전이라 돈벌이는 되지 않았지만, 끼를 펼칠 수 있어서 좋았다. 황 주무관은 “인기업종으로 떠오를 줄 알았다면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라며 낄낄댄다. 모든 팀장의 성대모사로 포복절도하게 하는 오락본부장으로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 ‘송파구 패셔니스타’ 이헌구 팀장
이미지 확대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6급 공무원을 지칭하는 ‘주사’라는 표현은 지금은 사라졌지만 때로는 꼬장꼬장하고 보수적인 공무원의 특징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핑크빛 재킷과 흰 바지 같은 파격적인 패션도 있다. 송파구 이헌구(50) 언론팀장의 일상이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빼어난 패션 감각으로 공인된 ‘간지남’. 1989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지난해 팀장으로 승진했다. 복지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고, 구청장 수행비서를 맡은 경력도 있어 ‘젠틀함’까지 몸에 배어 있다.
특히 세련된 패션은 공연기획사 출신 부인 덕분이다. 이 팀장의 열린 감각과 센스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업무 스타일 역시 ‘오픈 마인드’로 평가받는다. 재치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언론팀을 이끌기 때문에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 언론팀의 한 주무관은 “구청 동료나 후임들 사이에서도 함께 일하고 싶은 계장으로 손꼽힌다.”고 전했다.
■ ‘은평구 시인’ 한규동 공보팀장
이미지 확대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은평구 한규동(51) 공보팀장은 25년차 공무원이자 시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직에 투신했지만, 문학에 대한 꿈을 접을 수 없었다.
뒤늦게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로 진학했다. 이어 국립서울산업대로 편입해 학사를 거쳐 내친김에 석·박사 과정까지 마쳤다. 1999년에는 당시 총무처가 주관한 ‘공무원문예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2003년 등단의 꿈을 이뤘다. 주경야독의 결과는 달콤했다.
첫 시집 ‘언어, 젓갈 담그기’를 냈을 때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단다. 낮에는 평범한 공무원 같지만,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에서 강의할 때는 번득이는 시어(詩語)를 낚아채는 어부로 탈바꿈한다. 지천명의 나이에도 문학적 감수성이 발산되다 보니, 여학생들 중에는 30대 젊은 오빠로 착각하는 경우도 생긴단다. 김우영 구청장은 “문학의 꿈을 끝내 이룬 한 팀장 같은 공무원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 ‘도봉구 지식광’ 전수정 주무관
이미지 확대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도봉구 전수정(30) 주무관 별명은 인근 노원구청까지 짜하다. 지난해에는 270권을 읽었다.
1년이 365일이니 1~2일에 한 권씩 읽어야 하는 분량이다. 올해 300권을 노렸으나, 공보팀으로 옮기는 바람에 목표 달성이 멀어졌다고 한다.
책을 읽고 나서 서평을 쓰지 않으면 손가락에 가시가 돋아나오는 터라, 꾸준히 주요 포털이나 인터넷서점 등에 글을 올린다.
구청 내부 전산망에도 실었다. 그 때문에 동사무소에서 공보팀으로 전출 나오는 ‘불운’을 겪었다. 이동진 구청장은 “지식을 머릿속에만 가두지 말고 주변과 나눠 가져라.”라고 조언하고 있다.
전 주무관의 또 다른 취미활동은 토익시험 보기다. 2~3달에 한 번씩 재미삼아 시험을 보는데 별도의 공부 없이 시험을 봐도 930점이라고 주변에선 귀띔한다.
정부가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구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기구 각 분과위원회 전문가 추천권 과반수를 의사단체 등에 줘 의료인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의사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없이 기구 참여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 추계기구 설립이 의정 갈등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