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남북 核접촉서 6자재개 돌파구 나오나

베이징 남북 核접촉서 6자재개 돌파구 나오나

입력 2011-09-20 00:00
업데이트 2011-09-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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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조치’ 첨예한 입장차 속 유연성 발휘 주목UEP가 최대 쟁점..북미대화로 ‘공’ 넘어갈 듯

중국 베이징(北京)을 무대로 21일 열리는 제2차 남북 비핵화 회담은 6자회담 재개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서 주목된다.

탐색전 수준에 그쳤던 ‘1라운드’에 이어 6자회담 재개 협상을 놓고 진검승부를 벌일 ‘2라운드’의 첫걸음이라는 점에서다.

남북 비핵화 회담 그 자체가 6자회담 재개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독립변수는 아니다. 6자회담 재개의 필수경로인 북미대화에 종속되거나 연동된 변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회담을 통해 어떤 입장과 태도를 표명하느냐는 앞으로의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흐름이 과연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일 수 있느냐를 측정해보는 ‘풍향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남북 비핵화 채널의 ‘유용성’에는 5자 내부의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남북’의 결과가 ‘북미’와 ‘6자회담 재개’에 영향을 끼치고 경우에 따라 추동력을 제공하는 순환구조인 셈이다.

이번 회담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을 둘러싼 양측의 줄다리기다.

전제조건으로 비핵화 사전조치 패키지를 제시하는 남측과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는 북측이 과연 어느 정도 수위에서 접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형식상으로는 남과 북이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지만 6자회담 관련 각국의 이해가 투영된 ‘대리협상’의 성격을 띠고 있다. 특히 비핵화 사전조치를 두고 한ㆍ미ㆍ일이 적극 주도하고 러시아가 동조하고 있는 반면 북한이 반대하고 중국도 유사입장을 취하면서 양대 그룹 사이에는 미묘한 전선이 형성돼 있다.

현재로서는 ‘간극’이 매우 넓다. 우리 측은 한미일 공조의 틀 속에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의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핵과 장거리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실험 모라토리엄 선언 ▲9ㆍ19 공동성명 이행 등을 비핵화 사전조치로 일괄 주문하고 있다. 이에 대한 북한의 일관된 입장은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다.

주목할 대목은 북한이 사전조치 일부에 대해 일정한 모호성을 보이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는 점이다.

북한이 모호한 형식으로나마 지금까지 이행 가능성을 시사한 사전조치는 ▲대량살상무기(WMD) 실험의 모라토리엄과 ▲9ㆍ19 공동성명 이행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달 말 북ㆍ러 정상회담을 통해 “WMD 실험을 모라토리엄할 준비가 돼 있다”는 밝혔다. 문제는 이행의 시기가 모호한 점으로,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6자회담 재개 이후 모라토리엄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9ㆍ19 공동성명 이행의 경우 지난 7월 말 리용호 부상이 제1차 남북 비핵화회담 직후 “9ㆍ19 공동성명을 확고히 이행하기 위한 의지가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IAEA 사찰단 복귀를 놓고는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중국의 요구에 대해 ‘알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발언의 진의가 여전히 미확인 상태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이 거론한 일련의 사전조치 이행에 대한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는 게 일차적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도 일정 정도 유연해진 듯하다. 경직된 자세를 피하고 북한 측의 입장을 청취하며 탄력적으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기류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우리가 가진 원칙에 따라 대처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지만 열린 자세로 유연하게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일부 낮은 수위의 사전조치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일정한 ‘성의표시’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북미 대화로 나아가려면 남북 대화에서 어느 정도 ‘양보’를 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번 협상을 지배하는 최대 쟁점은 바로 UEP이어서 협상이 의미 있는 진전을 볼 것으로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있다.

양측의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갈리는 이슈이기도 하거니와 6자회담 본협상의 의제와 직결돼 있어 서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양측의 샅바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UEP를 놓고 서로 의견과 논리를 주장하는 첨예한 공방전이 전개될 경우 협상 전체가 초반부터 교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양측 모두 대화의 동력을 살려나갈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UEP 문제를 부각시켜 판 자체를 깨는 행동은 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비핵화 사전조치를 회담 테이블에 올리더라도 UEP와 같은 ‘빅카드’는 제쳐 두고 낮은 수위의 사전조치들을 논의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높다.

특히 이번 회담이 북미대화와 연동된 성격이어서 그 역할에 근원적 제약이 있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북한이 남북 비핵화 회담에 응하기는 했으나 이는 북미대화로 가기 위한 ‘경유코스’로 여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교가의 시선은 벌써 뒤이어 열릴 후속 북미대화에 쏠리고 있다.

전체적 기류로 볼 때 후속 북미대화의 방침 자체는 서 있으나 실질적인 시기와 의제는 이번 회담 결과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 회담이 어느 정도 의미있는 진전을 보이느냐가 북미대화의 내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후속 북미대화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하는 형식으로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볼 때 6자회담 재개의 돌파구를 마련할 실질적 협상은 남북 비핵화 회담보다는 북미대화 채널로 넘겨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같은 양자접촉의 움직임 속에서 6자회담 의장국을 자처하는 중국이 6자회담 조기재개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여 또 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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