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 ‘김정일 각하’ 표현…南선 권위주의 상징으로 퇴출
북한이 권위주의 시대의 상징적 호칭으로 여겨지는 ‘각하(閣下)’를 여전히 쓰고 있어 눈길을 끈다.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이 내놓는 기사를 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 ‘위대한 영도자’ ‘혁명의 수뇌부’와 같은 수식어와 함께 ‘김정일 각하’라는 표현도 쓰고 있다.
25일 중앙통신이 타전한 기사 본문을 보면 “김일성 주석 탄생 100돌 기념 기네(기니)준비위원회가 성명을 발표해 김정일 각하의 위대성에 대한 선전을 좀더 광범히 벌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돼 있다.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통상 당정의 최고위 직책을 ‘총서기’로 명명하면서 권위적인 직책명을 배격하고 있고 노동당 총비서를 겸하는 김 위원장을 ‘동지’라고 부를 때도 많은데도 각하라는 호칭이 남아있는 것이다.
북한에서 각하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 간의 외교 관계에서, 지위가 높은 인사들에게 쓰는 공식적인 존칭’으로 돼 있다.
북한 매체들은 외국에서 김 위원장에게 보내온 외교전문 등을 소개할 때 김 위원장을 ‘김정일 각하’로 호칭하며, 우방의 국가수반에게 축전 등을 보낼 때도 각하라는 존칭을 사용해 예의를 갖춘다.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각하라 불린 것은 김 주석 사망 직후로 알려져 있다.
김 주석의 사망 다음날인 1994년 7월9일 북한의 대남 심리전 방송은 ‘친애하는 김정일 각하’라는 표현을 썼다.
김 주석의 사망으로 권력분점이 끝나고 김 위원장이 공식적인 ‘1인자’가 됐음을 확인해준 셈이다.
당시 대남방송은 김 주석의 사망과 관련한 소식보다 “친애하는 김정일 각하가 비범한 예지와 담력, 세련된 무술로 조선을 강력한 사회주의 국가로 빛내주셨다”는 수사를 동원해 ‘새 권력’의 찬양에 주력했다.
하지만 북한 내에서 김 위원장을 각하로 부르지는 않는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한국에서는 군부정권이 퇴진하면서 권위주의 색채가 짙다는 이유로 각하라는 호칭도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각하는 고급관료를 부를 때 두루 사용되다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대통령을 부를 때만 사용하도록 굳어졌으며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는 ‘대통령님’을 공식 호칭으로 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