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인사이드] 中 “시민사회 자치역량 강화” 권장… 정치·종교 부문은 통제 ‘양날의 칼’

[주말 인사이드] 中 “시민사회 자치역량 강화” 권장… 정치·종교 부문은 통제 ‘양날의 칼’

입력 2013-08-24 00:00
업데이트 2013-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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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에 부는 NGO 바람… 역할과 한계는

올해 51세의 골드미스인 쉬위펑(徐玉鳳)은 ‘마오마마’(猫媽媽·고양이 엄마)로 불린다.

베이징 소재 고양이 보호 비정부기구(NGO)인 마오싱저(貓行者·고양이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 모임의 회장으로 베이징 창핑(昌平)구 후이룽관(回龍觀)의 30평대 아파트 두 채를 빌려 고양이 100여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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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양이 보호단체인 마오싱저(?行者)를 이끄는 쉬위펑. 쉬위펑은 베이징 후이룽관의 30평대 아파트 두 채에서 고양이 100여 마리를 돌보고 있다.
중국 고양이 보호단체인 마오싱저(?行者)를 이끄는 쉬위펑. 쉬위펑은 베이징 후이룽관의 30평대 아파트 두 채에서 고양이 100여 마리를 돌보고 있다.


그녀가 키우는 고양이들 가운데는 팔·다리가 없이 거동이 불편한 고양이들도 있다. 빈부격차로 사회갈등이 심해지면서 애꿎은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만큼 중국에는 개나 고양이 등 동물을 상대로 한 학대 행위가 늘고 있다.

마오싱저 회원들은 고양이 학대 제보를 받고 고양이를 구해 오거나 동물학대 방지 캠페인을 벌인다. 거둬온 고양이들은 쉬위펑이 대부분 돌본다.

쉬위펑은 지난 21일 “고양이 100여 마리를 먹여살린다는 게 버겁기도 하지만 이제는 이 일에서 발을 뺄 수 없을 만큼 강한 애착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베이징 한 병원 재무팀에서 일하던 그녀는 지난 2012년 말 지인 집에서 병든 고양이들을 데려와 치료해 주면서 동물 보호 일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 버려지거나 학대받는 고양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인터넷을 통해 같은 고민을 나누는 사람들과 뜻을 모으면서 본격적으로 모임을 결성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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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아직 동물 보호 운동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많다. 이데올로기 갈등과 빈부격차가 심한 만큼 그럴 돈이 있으면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데 쓰라는 식이다.

실제로 쉬위펑이 100여 마리의 고양이를 돌보기 위해 한 달에 들어가는 돈만 3만 위안(약 540만원)이 넘는다. 금전적 능력과 시간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쉬위펑은 은퇴 이후 사회 환원 차원에서 이 일을 하고 있으며, 회원들 중에는 시간과 돈을 쪼개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동물학대 방지 교육은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배우는 것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생명 경시 풍조를 퇴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현재 중국에서 등록·활동 중인 NGO는 45만여개에 이른다. 사회적 NGO가 24만 5000개, 비영리·개인 NGO가 19만 8000개에 달한다.

무엇보다 마오싱저와 같은 NGO는 단순한 동물 보호 운동을 넘어 중국의 시민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행동에도 나선다.

동물 보호 운동 관련 단체들의 경우 매해 중국의 입법 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상대로 동물학대방지법 제정을 촉구한다. 동물학대방지법이 없다 보니 고양이를 하이힐로 밟아 죽이는 등 각종 동물 학대 동영상을 버젓이 인터넷에 올려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동물 보호 NGO들은 당국이 매해 6월 실시하는 ‘큰 개(35㎝ 이상) 때려잡기 운동’이 동물학대 행위라며 베이징시에 여우싱(游行·시위)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중국에서 이 같은 NGO 운동이 활발해지는 것은 인터넷 발달에 따른 결과이지만 일부 권한을 시민사회 쪽으로 옮겨 자치 역량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새 정부의 방침과도 맞물려 있다.

경제가 급성장하고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국민의 요구 사항이 많아지는 만큼 동물·환경·자선 등 일부 분야에 대해 시민운동을 허용함으로써 정부의 짐을 덜어내겠다는 의도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기업인들의 모임이나 과학기술, 공익·자선, 도·농 지역사회 서비스 분야의 NGO는 허가를 받지 않아도 정부에 등록만 하면 출범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전에는 특정 부처나 정부 사업 단위에 소속되도록 했지만, 이제는 당국에 등록만 하면 활동이 가능하도록 진입 문턱을 낮춘 셈이다.

실제로는 이보다도 관리가 느슨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오싱저와 같은 동물 보호 NGO들은 200개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이들 가운데는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활동하는 단체가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농민공이 많은 광둥(廣東)성 지역에는 농민공에 대한 교육과 이들 사이의 소통에 초점을 맞춘 도·농지역 사회 서비스 NGO 운영이 장려되는 분위기다. 당국은 이들 NGO가 노동자들의 잇단 자살, 폭력시위 등 사고를 유발하는 비인간적 공장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NGO는 ‘양날의 칼’과 같다는 점에서 아직은 정치 민감도가 낮은 분야에 한해서만 허용되는 분위기다. NGO가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나아가 공산당에 반기를 드는 조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법률·종교를 비롯해 외국 NGO의 중국 내 활동은 계속 심사를 받도록 통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동물보호넷을 운영하는 칭화(淸華)대 철학과 장진쑹(蔣勁松) 교수는 “아직은 정치적 민감도가 떨어지는 분야에 한해, 또 일부 지역에 대해서만 NGO가 활성화되는 분위기지만 자치를 핵심으로 하는 시민사회 형성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글 사진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3-08-2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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