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工’ 인생 2막 뚝딱…난 목수다

‘木工’ 인생 2막 뚝딱…난 목수다

김명국 기자
입력 2020-03-05 23:34
업데이트 2020-03-06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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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다큐] 목공의 세계에 푹 빠진 新중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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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제주도에서 공방을 차릴 계획을 세우는 등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최준석씨가 트레이를 만들고 있다.
5년 후 제주도에서 공방을 차릴 계획을 세우는 등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최준석씨가 트레이를 만들고 있다.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경지에 빠져듭니다.” “한 시간쯤 된 줄 알았는데 네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목공에 매료된 이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신중년들이 목공에 몰입하는 새로운 풍속이 등장하면서 도심 아파트 상가 곳곳에서 목공소가 터를 잡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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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교회 목사인 유정환씨가 경기도 파주 정재원 공방에서 그라인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재정 독립을 위해 목공을 선택했다.
개척교회 목사인 유정환씨가 경기도 파주 정재원 공방에서 그라인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재정 독립을 위해 목공을 선택했다.
올해로 3년째 경기도 일산에서 목공소를 운영 중인 유성하 대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년들이 인생 2막을 준비하거나 오랜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와 무력감을 해소하기 위해 찾는 것 같다”며 “45세 이상의 중년들이 요즘 가장 많이 걸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목공에 한번 발을 들이면 누구라도 그 매력에 푹 빠져든다. 단순 호기심을 넘어 평생 지속 가능한 생산적 작업이기 때문이다. 취미로 시작했더라도 익힌 기술로 작품을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판매까지 할 수 있다. 취미가 생활의 방편이 돼 선순환이 가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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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 상가에 자리한 목공소에 목공을 배우는 수강생들의 개인 공구함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 상가에 자리한 목공소에 목공을 배우는 수강생들의 개인 공구함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신발 유통업을 하는 최준석(48)씨는 3년째 목공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기계를 만지고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나이 들어 우연히 접한 목공으로 ‘인생 2막’을 장식해 볼 심산이다. 첫 작품으로 대형 좌탁을 만든 이후 지금은 매월 트레이 60여점을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있다. 자녀들의 학업이 끝나는 5년 후에는 제주도로 이주할 것이라며 한껏 들떠 있다. 부인과 함께 공방과 카페를 만들 계획까지 짜 놨다.

정보기술(IT) 기업의 연구소장인 최용석(52)씨는 목공을 배운 지 3주밖에 안 됐지만 손끝에 전해지는 나뭇결의 감촉에 이미 매료됐다. 전기대패, 전기톱, 전기드릴을 구입하고 유튜브를 보며 집에서 독학을 했다. 그러다 목재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보고 싶어 목공소를 찾았다. 그는 “낚시, 골프, 등산 등 다양한 활동을 해 봤으나 오롯이 혼자서 자기만족을 느끼며 여가 활동을 하는 데는 목공만 한 작업이 없다”고 예찬론을 펼쳤다.

토요일 오후에 찾은 경기도 파주의 한 공방. 지난해 1월 20년의 증권맨 생활을 마무리한 강영석(48)씨도 팔각상 마무리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한때는 수제 초콜릿 만들기, 가죽공예 등을 시도해 봤지만 목공이 가장 흥미롭고 적성에도 잘 맞는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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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을 배우는 아마추어들이 만든 다양한 작품.
목공을 배우는 아마추어들이 만든 다양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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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을 배우는 아마추어들이 만든 다양한 작품.
목공을 배우는 아마추어들이 만든 다양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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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을 배우는 아마추어들이 만든 다양한 작품.
목공을 배우는 아마추어들이 만든 다양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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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을 배우는 아마추어들이 만든 다양한 작품.
목공을 배우는 아마추어들이 만든 다양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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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을 배우는 아마추어들이 만든 다양한 작품.
목공을 배우는 아마추어들이 만든 다양한 작품.
이들은 “목공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목공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누구나 다양한 재료로 열린 공간에서 창조적인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가의 장비와 작업 공간이 필요한 목공 작업은 열린 작업실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목공은 손으로 직접 자르고 깎고 다듬는 아날로그적 감성에 충실한 작업이다. 어릴 적 공작 시간이면 나무토막을 주물러 근사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그 아련한 향수, 목재에서 전해지는 향기롭고 따뜻한 물성(物性). 중년들의 발길이 지남철에 이끌리듯 목공소로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글 사진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2020-03-0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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