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혼자 어르신 36명 돕지만 오히려 제 마음이 따뜻해져요”

“저 혼자 어르신 36명 돕지만 오히려 제 마음이 따뜻해져요”

입력 2011-03-21 00:00
수정 2011-03-2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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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어르신 돌보미 남정욱씨

“어르신을 보살피면서 제 마음이 오히려 따뜻해집니다.”

20일 ‘홀몸 어르신 돌보미’로 뛰는 남정욱(사진 왼쪽 두번째·45·여·서울 관악구 남현동)씨는 이렇게 말하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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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동 726-3 시립관악노인복지관 3층에서 만난 그는 동료 도우미들과 나란히 앉아 일과를 정리하느라 바빴다. 남씨는 2008년 6월 정부에서 도우미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실시하자마자 뛰어들어 벌써 4년째 접어들었다. 남씨는 관악구청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다가 홀로 지내는 노인들을 찾아가 필요한 서비스를 하는 사람을 모집한다는 정보를 접했다. 그는 “딱하게 여기던 차에 일종의 행운이었다.”며 웃었다.

가족을 뒀는데도 마음껏 돕지 못하는 마당에, 연고도 없는 분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에 팔을 걷어붙이기로 결심했다. 무작정 돕겠다고 나서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노인들의 심리 파악과 웃음치료와 같은 대처방법 등에 대한 전문교육을 오전 9시~오후 6시 한달간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어르신은 박해만(왼쪽 세번째·71·인헌동) 할아버지라고 했다. 시각장애 6급으로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왼쪽 눈이 불편한 어르신이다. 무엇보다 딱한 사정이 남씨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추위가 몰아닥치기 시작하던 2009년 초겨울 할아버지를 만났다.

수도 시설은 둘째치고 화장실도 없어 이웃집을 전전하거나 적잖게 떨어진 고시원을 이용하고 있더라며 당시의 안타까움을 전했다.

남씨는 “우리 집도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그처럼 어렵게 살아가는 어르신도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알았다.”면서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까지 흘릴 뻔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돕겠다는 얘기를 꺼내자 처음엔 할아버지가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힘들었다고 했다.

남씨는 “혼자서 어르신 36명을 돌봐야 해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는 전국 노인복지관 평균 수준이다.

두살 터울의 남매를 둔 남씨는 “첫째인 아들이 올해 대학교에 들어갔는데,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2011-03-2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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