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새콤달콤 캬 ~ 집 나온 하우스 맥주

[커버스토리] 새콤달콤 캬 ~ 집 나온 하우스 맥주

입력 2014-04-12 00:00
업데이트 2014-04-12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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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반 호프집 유통 전면 허용… 맥주 시장 ‘태풍의 눈’되나

“내 입맛에는 밍밍한 대기업 맥주와 달리 하우스 맥주는 향이 독특하고 달콤하면서도 새콤해요. 맥주가 살아 있는 느낌입니다. 그동안 대기업 맥주를 마시면서 속았다는 느낌까지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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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월평동의 한 하우스 맥주전문점에서 조성준(사진 왼쪽부터·43), 권오영(47), 이상준(37)씨가 건배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1번 정도는 하우스 맥주를 즐기는 마니아다.
대전 서구 월평동의 한 하우스 맥주전문점에서 조성준(사진 왼쪽부터·43), 권오영(47), 이상준(37)씨가 건배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1번 정도는 하우스 맥주를 즐기는 마니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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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대전 서구 월평동의 한 하우스 맥주 전문점에서 만난 김모(44)씨는 풍미가 깊은 맥주 맛을 알고 싶으면 하우스 맥주를 맛보라고 권했다. 그는 2012년 한 해외 언론이 국산 맥주가 북한 맥주보다도 맛이 없다고 했던 평가에 동감했다. 이후 수입 맥주를 즐겨 마시다가 정착하게 된 것이 하우스 맥주.

김씨는 “맛의 차이는 국내 맥주와 수입 맥주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공장 맥주냐 아니면 소규모로 만들어 싱싱한 하우스 맥주냐에 따른 것”이라고 나름의 맥주 철학을 설명했다.

●마니아들 “3월 5일은 맥주 독립일”

하우스 맥주 마니아들은 지난 3월 5일을 하이트·OB·카스 등 3대 대기업 맥주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독립일’과 같이 여겼다. 정부가 그동안 엄격하게 제한했던 하우스 맥주의 외부 유통을 전면 허용한 날이기 때문이다.

맥주를 만드는 공장이나 직영 판매점에서만 팔 수 있었던 하우스 맥주가 일반 호프집에 생맥주로 유통된다. 앞으로 병이나 캔에 담아 슈퍼, 마트 등에서도 판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우스 맥주 제조업자들은 맥주 시장의 태풍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도 하우스 맥주 활성화에 장애물도 여전히 있다면서 정부의 도움을 요청했다.

업계에서 말하는 하우스 맥주의 가장 큰 경쟁력은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우스 맥주 공장은 통상 100% 보리만 사용해 맥주를 만든다. 하우스 맥주 업계 관계자는 “일반 대기업 맥주의 경우 보리 외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옥수수 전분을 넣는 경우도 많은데 맥주에서 보리의 향과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우스 맥주가 신선한 이유는 유통기간이 짧아서다. 2~3주간 만든 맥주를 2~3일 만에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유통기간이 길면 효모가 죽는다. 풍미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하우스 맥주는 보리에 싹을 틔운 ‘몰트’를 분쇄하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여기에 물에 넣고 끓인 후 건더기를 걸러 낸다. 맥주 특유의 향을 내는 홉을 넣고 다시 끓인 후 다시 불순물을 거른다. 이 맥아즙을 냉각시켰다가 효모를 넣고 발효시키면 하우스 맥주가 된다. 라거 맥주는 3주, 에일 맥주는 2주가 걸린다.

하우스 맥줏집을 운영하는 임성빈씨는 “일반 맥주나 수입 맥주는 유통기간이 길기 때문에 맥주 속에 있는 효모를 다 죽이는 필터링 작업을 거친다”면서 “하지만 하우스 맥주는 유통기간이 짧아 필터링을 하지 않기 때문에 효모가 살아 있는 신선한 맥주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것도 하우스 맥주의 장점이다. 대규모의 자동화 공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몰트, 홉, 효모 등 재료를 바꾸거나 혼합 비율을 조정해 여러 가지 종류의 맥주를 만들어 낸다. 계절에 따라 종류를 바꾸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름에는 시원한 맥주를 자주 마실 수 있도록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겨울에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진한 맥주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홉·효모 혼합 비율 따라 다양한 맛

국내 하우스 맥주 생산 업체들이 모인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하우스 맥주 공장은 35곳이며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하우스 맥주 활성화를 위해 지난 1일 주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전에는 전발효조(발효시설) 50㎘, 저장조100㎘ 이상을 갖춰야 맥주 제조자 면허를 받을 수 있었지만 각각 시설 규모를 절반(전발효조 25㎘, 저장조 50㎘)으로 낮췄다.

하지만 하우스 맥주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맥주 시장을 지배하는 대기업들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우선 하우스 맥주는 국내 대기업 맥주보다 상당히 비싸다. 현재 일반 호프집에서 파는 하이트·OB·카스 생맥주의 평균 가격은 500㏄ 한 잔당 3750원이지만 하우스 맥주는 5500원으로 46.7%나 비싸다. 일부는 6000~7000원까지도 간다. 아예 고급화 전략으로 가기도 쉽지 않다. 수입 생맥주 가격(9000원)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주류 업체와 하우스 맥주 업체가 일반 호프집에 납품하는 생맥주 가격도 500㏄ 기준으로 각각 950원, 1500원이다. 역시 하우스 맥주가 57.9% 비싸다. 일반 호프집 입장에서 굳이 비싼 값을 주고 손님들이 많이 찾지 않는 하우스 맥주를 사 올 필요가 없다. 하우스 맥주의 단가를 낮추면 되지 않을까. 하우스 맥주는 보리, 홉 등 원재료 구입비용과 인건비가 대기업에 비해 많이 든다. 대기업과 같이 원재료 대량 구매도 힘들고, 자동화 설비도 갖추고 있지 않다. 특히 맥주에 붙는 주세 등 각종 세금이 대기업 맥주보다 하우스 맥주에 더 많이 부과되고 있는 점이 고민이다.

현재 맥주 주세는 공장에서 출고되는 가격의 72%다. 대기업 맥주는 낮은 원가로 출고되니 세금이 적지만 출고가격이 높은 하우스 맥주는 세금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355㎖ 맥주 1캔당 붙는 주세를 기준으로 대기업 맥주의 주세는 395원이고 하우스 맥주는 710원이다. 하우스 맥주의 세금 부담이 대기업 맥주보다 79.7% 많다. 수입 맥주의 주세도 224~456원으로 하우스 맥주보다 적다.

하우스 맥주 업체들은 세금을 낮춰 달라고 건의했고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부터 하우스 맥주의 경우 300㎘ 이하 출고량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주세 부담을 20%가량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독일, 미국, 네덜란드 등 맥주 선진국들의 주세 제도를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이들은 맥주의 출고가격이 아닌 알코올 도수나 맥주 생산량에 일정한 세율을 매긴다.

●가격은 공장맥주보다 58%나 비싸

위스키는 맥주보다 세금이 높고 맥주 생산량이 적은 중소 맥주 업체는 대기업보다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는 얘기다. 차보윤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장은 “우리나라는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맥주에 소주나 위스키 등 도수가 높은 술과 똑같이 72%의 주세를 붙이고 있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2개 국가가 맥주 생산량에 따라 단계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하우스 맥주만 세금을 더 내려 주는 방안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하우스 맥주 업체의 세 부담을 다소 낮춘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며 “당분간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금 추가감면 등 세제 개편 필요”

하우스 맥주 대중화의 핵심은 슈퍼마켓 및 마트 판매지만 이 역시 어려움이 있다. 병이나 캔에 맥주를 담는 자동화 기계장치가 수억원에 달해 하우스 맥주 업체들이 구입하기에는 비싸다. 하우스 맥주 업체들은 이 기계를 살 수 있게 중소기업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입장이다. 종합주류도매업자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하우스 맥주를 취급하지 않으려 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일반 대기업 맥주에 비해 유통비용을 더 많이 요구해 납품단가가 비싸질 수도 있다.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내 주류산업은 식품산업 중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산업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늘어나는 시대를 맞아 글로벌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하우스 맥주에 적용되는 세율을 대폭 내려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소기업형 맥주 업체 창업을 유도해 국내 농산물 소비 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대전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4-04-1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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