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한국정치 ‘女’를 찾고 있다

[커버스토리] 한국정치 ‘女’를 찾고 있다

입력 2012-02-11 00:00
업데이트 2012-02-1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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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 D-60] 女의원 16대 16명→17대 39명→18대 41명…정치권 ‘구애’ 경쟁 속 19대는?

2012년 한국 정치가 ‘여자’를 찾고 있다. 그저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아니다. 절박해 보인다.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정치. 손님은 떠나가고 바야흐로 파장(罷場) 직전, 2011년 정치와 정당은 그 공포감을 절감했다. 그래서 등장한 두 여자 대표, 박근혜와 한명숙은 그 위기감의 가장 단적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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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알게 됐다. ‘유권자 시장’에서 어느새 여자가 상대적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것을. ‘비교 우위’의 분야는 부드러움, 섬세함, 세밀함 그 이외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음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부패와 비리가 기승을 부릴수록, 여자의 ‘안티 비리 지수’는 더욱 돋보였다. ‘여자’의 경쟁력은 단순히 이미지 차원이 아니다. ‘능력’에서도 이미 남자들을 누르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의 통념이 미처 몰랐을 뿐이다. 이른바 ‘입법 활동’이 대표적이다.



16대 국회부터 18대 국회 전반기까지 여성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 비율은 남자 의원 비율보다 높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여성 국회의원 증가에 따른 국회 성 인지성 변화 분석’ 보고서가 이를 말해준다. “숫자가 늘면서 그 내용은 더욱 충실해졌다.”는 것이다. 16대 여성 의원은 273명 중 16명으로 5.9%였다. 17대 때 39명(13%), 18대 41명(13.7%)으로 늘어났다. 여성 의원의 법안 발의 수를 보자. 16대 106건, 17대 1109건, 18대 전반기 1005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성별 비율로 따져보니 16대 때 6.9%였던 것이 17대 때 19.4%, 18대 전반기 16.6%로 모두 여성 의석 비율을 웃돌았다. 상대적으로 남자 의원들의 법안 발의는 의석 비율보다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상임위원회 활동도 증가했다. 16대에는 5개 위원회, 17대에 3개 위원회에서 여성 의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18대 들어 모든 상임위에 여성 의원들이 진출했다. 상임위원장도 16대에는 2명에 그쳤으나 17대, 18대 국회에서는 5명으로 늘었다.

사회가 가려워하는 곳, 이른바 ‘생활밀착형’ 법안도 주로 여성 의원의 손에서 나왔다. 여성·가정·아동 및 성폭력·성매매 등 과거 사회의 주된 관심사 밖에 있던 일들이 사회 중심 문제로 떠오르면서 나오는 현상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자. 이메일 등 압수·수색·검증 때 발·수신인에게 통지의무를 부과해 사생활 비밀, 알 권리를 보장토록 하는 법안은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이 발의했다.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은 새누리당 배은희 의원이 입안했다.





정치가 살기 위해, 정치의 필요에 의해 여성을 찾는 시대지만 인프라는 아직 열악하다.

국제의원연맹(IPU)의 2011년 자료에 따르면 여성 의원 비율은 스웨덴 45%, 아이슬란드 45%, 핀란드 42.5%였다. 한국은 44명으로 15%에 불과하다. 세계 188개 주요국 중 81위에 머물러 있다. 무엇보다 여성 정치인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가 취약하다.

그러다 보니 아직 법조인, 여성단체, 언론 등 특정계층에 편향되거나 유명인사 영입 위주에 그치고 있다. 육아와 경제·사회적 구조, 법제상의 한계에 문제점이 지적된다. 한 남자 정치인은 “평범한 주부 사이에서 의외로 강한 정치력과 사회성을 발견하고 영입하려 해본 적이 있지만, 가정과 주변 환경의 높은 벽 때문에 번번이 실패했었다.”고 말했다.

남자에게처럼, 정치가 여자에게도 ‘일거리’가 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른바 ‘생계형 정치인’의 출현이 자연스러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한명숙이 정치판의 유리 천장을 깼다고 하지만 대다수 여성에게 정치는,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이 여전히 가득한 공간이기도 하다.

한국 정치는 이런 것들을 발견하고 걷어낼 수 있을까. 그래서 여자를 무대로 불러낼 수 있을까. 4월 총선, 그 실험이 시작됐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2012-02-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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