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57% “난 선물 징계 기준 5만원 적당”

공무원 57% “난 선물 징계 기준 5만원 적당”

입력 2011-04-11 00:00
업데이트 2011-04-11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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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승진한 정부과천청사의 한 공무원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는 평소 아는 산하 공기업 직원으로부터 난을 받고 “3만원 이상의 난을 받으면 징계를 받는다.”는 이유로 되돌려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공기업 직원은 한사코 2만 9800원짜리 난인데 왜 돌려보내느냐고 우겼다. 간신히 설득해 난을 돌려보내기는 했지만 선물로 금지된 난의 기준이 애매하다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 3만원이 넘는 난이었겠지만 환금성도 없는 꽃이 무슨 뇌물이 되겠느냐.”면서 “공무원 행동강령상 징계 기준을 5만원으로라도 현실화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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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공무원 및 공기업 직원 95명을 대상으로 대면·전화로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9%가 공무원이 징계받는 선물 가격 기준(3만원)을 올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5만원으로 해야 한다는 이들이 57%(53명)로 가장 많았고, 5만원 초과 10만원 이하가 26%(25명), 상한을 없애야 한다가 6%(6명) 순이었다. 3만원 제한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이는 8%(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3%(3명)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국민권익위의 공무원행동강령 14조 1항에는 ‘공무원은 직무관련자로부터 금전·부동산·선물 또는 향응을 받아서는 안되며 다만 통상적인 관례의 범위에서 제공되는 소액의 선물은 예외로 한다.’고 돼 있다. 권익위 예규인 공직자행동강령 운영지침에는 ‘통상적인 관례의 범위’를 3만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

권익위는 올해 발간한 공직자행동강령 사례집을 통해서 화환을 케이크·화장품·도자기·유가증권·숙박권·회원권 등과 같이 선물의 한 종류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화환의 경우 환금성이 적다는 점에서 유가증권, 도자기 등과 다르고 3만원 이하를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케이크나 화장품과 또 다르다고 반박한다. 특히 3만원 기준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권익위 관계자는 “공무원이 직무관련성이 없는 상대방(친구, 친지 등)과는 언제든지 선물(난, 화분 등)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친구, 친지이면서 직무관련성이 있거나, 직무관련성 자체를 따지기 애매한 경우가 많아 결국 전부 받지 말라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반응들이다.

권익위는 화환이 환금성이 없으므로 징계 대상 선물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다른 선물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아 불가하다고 맞섰다. 그럼에도 선물의 징계 기준인 3만원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공무원은 “3만원 기준을 2003년부터 한번도 바꾸지 않았다는 것은 전통이 아니라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11-04-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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