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설립 25주년… 박진탁 이사장의 꿈·도전
장기기증 등록자 120만명 성과…등록받는 기관 380곳 달해 위험“생명 나눔에 어떻게 종교의 구분이 있을 수 있나요. 생명존중을 으뜸의 가치로 여기고 실천해야 하는 종교계라면 응당 배려와 나눔 운동에 앞장서는 게 당연하지요. 장기기증 운동도 그 차원에서 종교계가 지금보다 더 뜻을 합쳐 확산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반평생을 장기기증 운동에 천착해 온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 박진탁 목사. “사후에라도 남에게 무엇을 나눠 줄 수 있다면 아름다운 죽음이 되지 않겠느냐”며 종교계가 생명 나눔의 보편적인 뜻을 더 모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운동본부를 만든 박 목사는 정부에 앞서 1969년 한국헌혈협회를 창립해 헌혈운동 확산에 앞장섰는가 하면 1991년 국내 최초로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한 인물. 반평생을 장기기증운동 확산에 치중해 살았던 만큼 종교계 안팎에서 ‘생명나눔 운동의 대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신대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아 우석대병원 원목실에서 사목하던 무렵 혈액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를 보고 문득 하나의 생각이 뻗쳤다고 한다. “예수님은 나와 우리를 위해 모든 피와 목숨까지 주셨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래서 ‘헌혈전도사’가 됐고 1988년 미국으로 이민 간 지 얼마 안 돼 한 교민의 뇌사 장기기증을 목격한 후 감동을 받아 귀국해 1991년 만든 게 운동본부였다. 그가 운동본부를 만들 무렵은 장기 매매가 극성을 부리던 시절. 장기 기증의 개념조차 없었던 때 한양대병원을 직접 찾아가 환자를 소개받고 신장을 기증했다고 한다.
“1991년부터 최근까지 958명의 기증자가 운동본부를 통해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했고 2015년 가족 간 생존 시 장기기증이 1934건에 이르렀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국내 장기기증 운동 사상 처음으로 한 해 뇌사 장기기증자 수가 500명을 돌파했어요. 장기기증 등록자도 꾸준히 증가해 현재 120만명을 넘어섰지요.” 이런 성과의 과정에서 범법자로 몰리고 생명을 상업화한다는 비아냥 등 굴곡과 시련이 많았다고 한다. “장기기증 개념과 시스템에 대한 일반과 정부기관의 오해가 컸던 탓이지요. 지금도 여전히 어려움이 많아요. 장기기증 등록을 받는 기관이 민간 17개를 포함해 380개나 돼요. 사고와 행정 오류의 위험성이 있어요. 타인 간 장기기증이 사실상 금지돼 있고 기증 연령이 너무 높게 규정돼 있는 등 행정의 경직성도 장기기증 확산을 막는 주요인입니다.” 그래서 생명존중을 큰 가치로 여기는 종교가 장기기증과 관련한 격식과 영역을 허물고 보편적인 뜻을 모을 때 기증운동이 훨씬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비록 생전엔 나누고 살지 못해도 사후에라도 남에게 준다면 아름다운 죽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장기기증 운동을 하면서 우연히 ‘남이 화급한 일을 당했을 때 돕지 않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자는 곤장 100대를 치라’는 1905년 형법대전 속 ‘견급불규율’ 규정을 알게 됐다는 박 목사. “100년 전에도 일상 속 생명존중의 실천이 그토록 엄하게 지켜졌는데 지금 사람들은 남의 어려움에 너무 몰인정한 것 같아요.” 목사 안수를 받은 이후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각 교단에 소속된 운동본부 목사들과 함께 전국의 교회를 돌며 장기기증 서약을 받아 왔다는 박 목사는 이번 주말에도 전남의 한 교회를 찾아간다며 기자에게 장기기증 희망등록 서약서를 내밀었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6-03-18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