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힘든 의학… 질병 가이드라인도 오락가락

믿기 힘든 의학… 질병 가이드라인도 오락가락

입력 2013-08-31 00:00
업데이트 2013-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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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 않는 의사 믿지 않는 환자] 제롬 그루프먼·패멀라 하츠밴드 지음 박상곤 옮김/현암사/319쪽/1만 5000원

나에게 맞는 최선의 진료는 무엇일까. 최고의 의사와 최고의 병원에서 최고의 수술과 처방을 받으면 될 것 같다. 그러나 책 ‘듣지않는 의사 믿지않는 환자’를 보면 그런 선택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아프리카 케냐의 노인이 스마트폰으로 백내장 검사를 하고 있다. 의료기술이 진전될수록 의사와 환자의 정보교환은 더욱 중요해진다. BBC홈페이지
아프리카 케냐의 노인이 스마트폰으로 백내장 검사를 하고 있다. 의료기술이 진전될수록 의사와 환자의 정보교환은 더욱 중요해진다.
BBC홈페이지




일례로 최고의 의사는 수시로 바뀔 수 있다. 경증, 중증 등 환자의 정도에 따라 또는 표준화된 처방이나 시술 등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용한 의사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치료법에 대한 선호도도 지역마다 다르다.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활발해져 생기는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항갑상선제나 방사성 요오드 복용 또는 갑상선 수술로 치료한다. 미국 내분비 전문의의 3분의 2는 방사성 요오드 복용을 선호하지만 유럽과 일본에서는 항갑상선제를 택한다. 처방책은 환자의 나이, 유전형질, 식단, 생활 방식,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에서 질병에 대한 가이드라인 100개를 조사해보니 1년안에 내용의 14%가, 2년 안에 23%가 바뀌었으며 5년 반이 지나자 절반이 반대로 적혀 있을 정도로 의료전문가의 지식은 확고하지 않다.

미국 의사 2명이 환자들을 인터뷰해서 쓴 이 책의 원제는 ‘Your Medical Mind’다. 우리말 제목을 보면 의사들의 횡포, 의료불신을 고발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진료 결정과정은 ‘손실회피’ 등 심리학과 인지과학, 경제학의 ‘기대효용’ 등 여러가지 이론이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들은 환자들에게 군림하려는 가부장적 의료체계에 익숙하다. 그러나 저자들은 의사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며 환자들의 심리까지 파악하려는 낮은 자세를 보여 우리들을 부럽게 만든다. 이 책의 결론은 치료법 선택, 투약 등 진료행위는 환자,의사의 소통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이는 의학이 하나의 정답이 있는 수학과 달리 불확실한 과학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의사들이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벗어야 하지만 환자들도 자신이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병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저자들은 의사들에게 먼저 주문한다. 치료법의 위험과 효과에 대한 정보를 환자들과 공유해야 하고 치료에 대한 환자의 생각과 경향을 존중할 때 가장 적절한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환자들도 방관자가 돼서는 안된다. 질병에 대해서, 치료법의 장단점에 대해서, 약의 부작용에 대해서 부지런히 공부해야 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60% 이상이 인터넷으로 의학정보를 찾고 있으며 이런 의존도는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고 한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수전 파월이 구글에 ‘콜레스테롤 치료’라고 입력하자 1600만 개의 관련 페이지가 떳을 정도다. 환자들은 또 자신의 몸에 대해서 의사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야 더 좋은 처방,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 책은 역설적으로 ‘귀담아 듣는 의사, 공부하는 환자’를 주문한다.

의료 심리학: 손실회피 경향-사람들은 이득을 본 것보다 손해 본 것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카네먼이 주장했다. 환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신종 치료법을 꺼리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2013-08-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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