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기니 대통령의 딸이 ‘북조선 인민’ 된 사연

적도기니 대통령의 딸이 ‘북조선 인민’ 된 사연

입력 2013-08-31 00:00
업데이트 2013-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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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모니카 마시아스 지음/예담/272쪽/1만 3800원

파란만장했다. 아프리카 적도기니에서 대통령의 딸로 태어났다. 일곱 살 때 평양으로 망명해 16년을 살아야 했다. ‘북조선 인민’이 다 됐던 여인은 이후 스페인과 미국 등을 거쳐 서울에서 마침내 두 번째 인생을 마주하게 된다. 책의 저자 모니카 마시아스(41)다.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는 곡절 많았던 저자 스스로의 삶을 담담하게 서술한 자전 에세이다. 그는 지금 스페인에 머물고 있다. 외국의 여러 출판사와 영화사에서 출간 요청이 쏟아졌다. 하지만 자신에게 새 삶을 안겨준 서울이 먼저였다. 책이 한국에서 첫번째로 발간된 이유다.

아프리카 적도기니 초대 대통령의 막내딸 모니카 마시아스(왼쪽)가 북한 망명생활 중 언니, 오빠와 찍은 사진.
아프리카 적도기니 초대 대통령의 막내딸 모니카 마시아스(왼쪽)가 북한 망명생활 중 언니, 오빠와 찍은 사진.
그의 아버지는 아프리카 적도기니의 초대 대통령이었다. 적도기니가 아프리카 최초로 스페인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정정이 불안했던 적도기니는 10년 뒤 내란 직전까지 치닫는다. 파국을 예감한 아버지는 세 남매와 엄마를 형제국 북한으로 떠밀듯 내보냈고, 자신은 국방장관이었던 사촌에 의해 처형된다. 이때부터 백인이었던 마리벨 언니와 흑인이었던 파코 오빠, 그리고 둘을 섞은 듯 가무잡잡했던 모니카의 평양 망명생활이 시작된다.

이들은 평양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그곳인들 다르랴. 이들은 또래 아이들에게 ‘재수데기 없는 깜대’ 등의 놀림을 받으며 학창시절을 보내야 했다. 특히 저자는 ‘같은 세계의 사람이 아니’란 이유로 첫사랑 혁이 오빠와 헤어지기도 했고, 오랜 망명생활에 실어증까지 겹쳐 모처럼 해후한 엄마와 통역사를 두고 대화를 나눠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에겐 아버지가 둘이었다. 한 명은 친부, 또 한 명은 자신의 성장을 도와준 ‘김일성 주석’이었다. 한데 자본주의 세계에서 만난 아버지는 자신이 알던 사람이 아니었다. 한 명은 수천 명을 학살한 악마, 또 한 명은 희대의 독재자였다. 이후 그의 삶은 자신과 아버지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가 마지막 여정으로 고국 적도기니를 택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책은 이 대목에서 끝난다. 한데 그 자신만의 인생은 이제부터인 듯하다. 자신이 거쳤던 여러 나라들과 달리, 서울을 떠나면서는 그 누구에게도 ‘굿 바이’란 인사를 하지 않았으므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3-08-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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