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기후변화를 기록하다

얼음, 기후변화를 기록하다

입력 2013-08-31 00:00
업데이트 2013-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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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의 나이] 오코치 나오히코/윤혜원 옮김 계단/1만 8000원

서유럽에서 가장 넓은 국토를 가진 나라는? 프랑스, 스페인 등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덴마크가 정답이다. 세계 최대의 동토(凍土)의 섬 ‘그린란드’(면적 220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 출신의 지구화학자로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의 단스고르가 얼음의 나이와 얼음이 형성된 시기의 기후를 측정한 것은 그린란드라는 대륙빙하(육지 위에 얹혀 있는 얼음 덩어리)로 덮인 섬 덕분이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단스고르가 그린란드의 미군 기지에서 얻은 길이 1387m의 빙하 코어(긴 막대기 모양의 빙하 샘플)에는 약 10만년에 걸친 기록이 보존돼 있는데, 맨 위에서부터 아래쪽으로 1147m까지는 지금으로부터 1만년 전까지의 기록이, 남은 240m의 샘플에는 9만년 동안의 기록이 각각 압축돼 있다.

1387m의 빙하 샘플을 모두 분석한 그는 그 결과에 깜짝 놀랐다. 마지막 빙하기로 추정되는 시대뿐만 아니라 마지막 간빙기로 불리는 이전의 온난한 시대까지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단스고르에 따르면 연평균 기온이 높으면 그해 내린 눈의 산소 동위원소 비율은 높아지고, 기온이 낮으면 산소 동위원소 비율이 낮아진다. 지금부터 1만년 전까지는 그 비율이 ?29%로 큰 변동 없이 안정적이다.

그런데 1만 4500년 전으로 추정되는 깊이 1200m 부분에서는 산소 동위원소의 비율이 ?43%까지 낮아졌다. 이는 20도 이상의 기온 강하에 해당한다. 빙하기였던 것이다. 그가 실시한 빙하 샘플의 산소 동위원소 비율 측정 결과는 얼음이 기후변화를 기록하는 ‘테이프 레코더’임을 증명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개의 책들은 빙하가 눈물처럼 녹아내리면서 쪼개지고, 북극곰들이 굶어서 비틀대는 모습들을 강조하며 감성적으로 호소한다. 하지만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왜 기후가 변화하는지, 현재까지 밝혀진 기후 작동의 원리는 무엇인지, 미래 기후 예측을 위한 과거 기후 데이터는 어떻게 찾아내고 해석하는지에 대한 얘기는 없다. 이 책은 그런 것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는 게 특징이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2013-08-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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