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미국·일본 관계사 전직 日외교관이 파헤치다

세계 최강 미국·일본 관계사 전직 日외교관이 파헤치다

입력 2013-04-13 00:00
업데이트 2013-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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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마고사키 우케루 지음 메디치 펴냄

한 나라의 운명은 친소 관계를 맺는 나라의 정책과 입장에 영향받기 마련이다. 특히 그 관련국이 상대하기 어려울 만큼 강국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동맹국이라는 허울 좋은 관계의 내면도 따져보면 종속과 추종이 압도적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세계사는 관계국 간의 지배와 종속이 부른 흥망성쇠로 점철된다.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마고사키 우케루 지음, 양기호 옮김, 메디치 펴냄)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일본의 관계를 실감 나게 파헤친 책이다. 일본의 2차대전 패망기인 1945년부터 2012년까지의 미·일 관계사를 역대 수상·정권별 기록과 증언으로 솔직하게 고발했다. 저자는 영국, 구 소련, 이라크, 캐나다, 우즈베키스탄, 이란 대사를 거치며 36년간 일본 외무성에서 근무한 외교관 출신.

그런 그가 책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바는 ‘패전 이후 미국에 대한 일본의 입장과 처지는 변함없는 추종’이라는 것이다. 일본 내에 미국의 견제와 압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자주파와 친미·종미파 간의 갈등과 전복이 있어 왔지만 ‘미국은 갑, 일본은 을’인 관계의 지속은 변함이 없다는 말이다.

일본의 미국 추종사는 1945년 연합국 총사령부의 일본통치가 막 시작될 무렵 ‘기대려면 큰 나무에 기대자’고 주장했던 요시다 시게루 외상의 노선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때 이후 그 추종 노선을 벗어나려는 이른바 대미 자주파 수상과 정권이 어김없이 거세됐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책에 줄줄이 등장한다.

패전처리비 삭감을 주장하다 추방된 이시바시 단잔, 미군 완전철수론을 펴다가 의문의 급사를 당한 시게미쓰 마모루 외상, 소련과의 국교 회복을 추진하다 공직서 추방된 하토야마 이치로 수상, 미군의 유사시 주둔론을 주장해 정계에서 강제 은퇴당한 아시다 히토시…. 이들의 희생과 미국의 배후 조종 사료와 고증이 예사롭지 않다.

일본 말고도 이른바 미국의 ‘분할 통치’에 걸림돌이었던 각국 지도자들의 실각과 죽음도 만만치 않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의 처형은 물론, 미국에 적극 협조했던 이란 팔레비 국왕의 축출과 패망한 월남 응오딘지엠 대통령의 살해도 모두 미국이 개입한 것으로 저자는 단정한다. 지미 카터와의 정상회담 때 카터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안보론을 펴고, 미국의 청와대 도청기 설치에 맞서 미국대사관을 도청한 박정희 전 대통령도 그런 연장선에서 소개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평화와 질서보다는 일본 국익에 철저해 보이는 저자의 지론은 일말의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한·미 관계는 미·일 관계보다 훨씬 더 긴박한 순간이 많았다.

그만큼 미국으로서는 한국 문제에 일정한 지분을 갖고 있고, 미국이 한국 내정에 개입한 사례는 일본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서문 속 적시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1만 8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3-04-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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