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들여다본 의학 치료법이 아닌 해법을 찾다

인문학으로 들여다본 의학 치료법이 아닌 해법을 찾다

입력 2013-03-23 00:00
업데이트 2013-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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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유전자는 왜 살아남았을까?/ 강신익 지음 페이퍼로드 펴냄

인간의 몸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과학이다. 의학도 그 하위 범주에 포함된다. 과학은 작용과 반작용, 그리고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게 구분된다. 한데 여러 변수로 인해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기도 한다. 폐경을 예로 들자. 오래전, 인간이 채 마흔을 살아내지 못했던 시절엔 폐경이라는 의학적 현상이 없었다. 요즘엔 다르다. 생식능력을 잃고도 훨씬 더 많은 나날들을 살아간다. 인간의 생물학적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인 종족 보존의 측면에서 보자면, 생식능력을 잃은 몸에 대한 가치평가가 잔인할 정도로 야박할 수밖에 없다. 그 탓에 많은 여성들이 상실감으로 인한 우울증 등 위기 상황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그래서 등장한 단어가 ‘완경’이다. 생식에 대한 임무를 완수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게 과학적 사고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완수’란 게 결과인지 아닌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과학이 이해하지 못하는 이런 부분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바로 ‘인문의학’이다. 생로병사를 과학적 방법으로만 살피지 않고, 그를 다시 인문학의 가치와 규범에 비춰 보자는 생명 이해의 한 방법이다.

치과의사 출신의 강신익 인제대 인문의학연구소장이 펴낸 ‘불량 유전자는 왜 살아남았을까?’(페이퍼로드 펴냄)는 이처럼 의학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시도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논지를 펴기 위해 채택한 방법은 역사 속 의학적 사건들을 되짚어 보는 것. 과학이 가설을 세우고 그를 검증하는 과정을 중시한다면, 책은 새 가설과 그 가설을 세운 사람들이 겪었던 우여곡절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890년대 세균병인설을 반박하려 콜레라균을 들이킨 페텐코퍼, ‘손 씻기’의 중요성을 간파해 산모의 사망률을 낮춘 제멜바이스 등 의학사 속에 잠들어 있던 수많은 ‘스타’들을 불러내 새로운 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연구 성과의 진실성 여부와 별개로 생명 윤리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을 쏟아냈던 황우석 사태에 대해서도 비교적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불량 유전자’란 저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에 상대되는 개념이다. 이기적인 유전자는 목적을 중시한다. 유전자가 어떻게 사람의 몸을 도구 삼아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지가 관심이다. 반면 불량 유전자는 유전자가 사람에게 미친 결과를 중시한다. 유전자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건 세상을 사는 건 결국 사람이지 유전자는 아니라는 게 인식의 출발점이다. 저자는 “자연의학과 인문의학, 그리고 사회의학 등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될 때 우리 몸의 고통과 발병에 대한 진정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학과 삶이 분리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3-03-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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