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人 17명, 내 삶의 멘토가 되다

聖人 17명, 내 삶의 멘토가 되다

입력 2011-12-17 00:00
업데이트 2011-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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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멘토 나의 성인】 제임스 마틴 지음/가톨릭출판사 펴냄

가톨릭 교회에서 모범적이고 영적인 삶을 살았거나 순교해 성인(聖人)의 반열에 오른다면 최고의 명예로 여겨진다. 교황청에 명부가 없어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가톨릭 성인은 대략 1만∼2만명 선으로 추산된다. 지금도 천주교 성당에선 어김없이 수호자 격으로 주보 성인을 정해 모시고 있고 그 성인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많은 신자들의 영적 지도자로 자리매김되곤 한다. 그러면 천주교 성인은 일반인이 도통 범접할 수 없는, 그저 초월과 외경의 대상인 것일까.

일반인들이 흔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가톨릭 교회에서는 1000년간 공식적으로 성인을 인정하는 시성식을 갖지 않았다. 993년 교황 요한 15세가 로마 라테라노 대성당에서 주교회의 도중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울리히 주교를 성인으로 선언한 게 최초의 공식적인 시성식으로 통한다. 그러다가 1512년 교황 율리우스 2세가 시복식과 시성식을 구분하기 시작했고 지금의 ‘하느님의 종’, ‘가경자’, ‘복자’, ‘성인’을 인정하는 절차와 규정을 법제화한 것은 1750년대 교황 베네딕토 14세 때에 이르러서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베드로, 바오로 같은 사도와 제자, 그리고 암브로시오며 아우구스티노와 같은 위대한 학자·교부들은 여전히 우뚝한 성인으로 공경을 받고 있다. 그러면 그 성인들은 과연 누구일까.

미국 예수회 사제인 제임스 마틴의 ‘나의 멘토 나의 성인’(성찬성 옮김,가톨릭출판사 펴냄)은 그 성인들을 통념과는 다르게 접근한 책으로 눈길을 끈다. 성인을 단지 멀리 동떨어진 역사적 인물이 아닌,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고 만나야 하는 영적 동반자요 멘토로 보고 있다. 저자 자신이 미지근한 종교인으로 머물러 있다가 직장 생활을 한 뒤 수도회에 입회해 부대끼면서 이런저런 인연으로 만나게 된 성인 17명을 친근하고 가깝게 소개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대부분의 교회가 성인을 수호자로만 모시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그 수호자는 늘 하느님 가까이 있고 아무것도 필요 없어 사람들이 그저 도움을 청하기만 하는 성인이다. 거기에 비해 초대 교회에서 성인은 수호자라기보다, 신자와 평등했고 동반자에 더 가까웠다는 것이다.

그런 성인을 동반자요 멘토로 보는 바탕엔 성인들 역시 이런저런 고통을 겪었고 우리가 비슷한 시련을 겪을 때 이미 그런 고초를 당한 그리스도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는 점이다. ‘성인을 철저히 실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 말라.’고 경계한 저자는 결국 이렇게 말한다. “성인들은 공연하는 배우와 같고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대사는 바로 복음이다.” 1만 80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2011-12-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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