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코리안 파리를 홀리다

7인의 코리안 파리를 홀리다

입력 2011-10-29 00:00
업데이트 2011-10-2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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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사로잡은 패션 메이커들의 꿈과 열정

“어릴 적부터 제 꿈은 ‘이상봉 파리’를 구찌처럼 대를 잇는 명품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었어요.”(디자이너 이청청)

“언젠가 누군가가 패션은 속임수가 아니냐고 말했을 때, 어느 정도 그 말에 수긍하면서 좀 씁쓸했어요. 패션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행복이 되기도 하고 상처가 되기도 하면서, 위로가 되기도 하고 감동이 되기도 하는 그런 사람 사는 이야기, 제가 살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네요.”(디자이너 유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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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코리아, 세계를 움직이다’(이동섭 지음, 시공사 펴냄)는 크리스티앙 디오르, 마틴 싯봉, 레페토, 셀린, 제라르 다렐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에서 일하며 해외 패션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한국 패션인 7명의 열정을 담은 기록이다. 저자인 이동섭씨는 프랑스에서 예술 분야를 공부한 저술가로 파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패션계 종사자들이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과 그 결과를 담아냈다.

먼저 ‘바바라 뷔’의 패션쇼 디자이너 유한나씨. 프랑스어도 제대로 못 하는 상태에서 유학을 와 인턴을 거쳐 정식 사원이 되고 디자이너가 됐지만 여전히 그는 “패션쇼 기간 동안 무대에 서는 열여섯에서 열아홉 살가량의, 세계 각국에서 온 어린 소녀들을 만나며 나이를 잊고 또 꿈을 꾸게 된다.”고 말한다.

‘제라르 다렐’의 니트 디자이너인 김시민씨는 가난한 유학생 시절 다른 사람이 만든 옷을 파리 의상조합학교에 제출할 정도로 패션에 목을 맸다. 자식의 유학을 위해 식당 일을 했던 어머니를 생각해 빨리 공부를 마치려고 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부끄러운 기억. 이제 그는 디자이너 브랜드와 미국에서 쌓은 경험을 결합시킨 대중적 디자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모델리스트 김신영은 이브 생로랑과 셀린에서 동시에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모델리스트란 디자이너의 스케치대로 충실하게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 한국에서는 ‘패턴사’로 불리는 직업. 광목으로 입체 재단과 재킷을 보여줘 하루 차이로 두 명품 브랜드에서 제안을 받은 그의 선택은 셀린이었다. 셀린의 수석 디자이너 피비 필로가 ‘거리의 감성’을 녹여내는 새로운 라인을 만들어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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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디오르에서 천재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와 함께 일했던 채규인은 동방신기가 ‘주문’(Mirotic)을 부를 때 입었던 의상을 만들어 유명해졌다. 처음에는 인턴처럼 일했다가 그가 디자인한 옷이 가장 많이 팔리는 바람에 곧바로 정식 직원이 됐다. 때문에 ‘누구의 애인이라더라’ 같은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현재 ‘새로운 클래식’을 표방하는 자신의 브랜드 ‘마미페흐 드 룩스’를 만들고 있다.

패션 컨설턴트이자 판매담당자로 일하는 김다은은 한국의 대표적인 남성복 디자이너 우영미를 파리에서 성공시킨 배경이다. 그는 프랑스에서 통용되는 한국 패션 디자인의 특징을 ‘질과 섬세함’이란 두 단어로 요약했다. 패션의 수도 파리에서 겐조, 꼼 데 가르송이 이끈 일본 신드롬이 드리스 반 노튼 같은 벨기에 디자이너 붐으로 옮겨가고 나서 이제 우영미를 앞세운 한국 디자이너로 서서히 세대교체하고 있다. 그 뒤에는 우영미 디자인을 전파한 김다은이 있었다.

디자이너 윤성보는 샤를 주르당, 마틴 싯봉, 로프트에서 배운 경험으로 자신의 브랜드 ‘바론 Y***’를 내놓았다. 윤씨는 파리에 진출했거나 노력 중인 한국 패션 디자이너들이 아직도 독창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또 정부가 주관하는 패션 관련 행사가 세련되지 못하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기분이 든다고 질타했다. “패션은 건설업이나 가전업이 아니다. 패션 사업을 정부나 대기업이 지원할 때도 창의력이 뒷받침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버지가 디자이너여서 한때 나는 옷을 아주 무난하게 입으려 했다.”는 이청청은 영국의 남성복 브랜드 ‘오디토리 헐루시네이션’의 디자이너이자 ‘이상봉 파리’의 남성복 팀장이다. 하지만 용돈이 부족하던 시절 아버지의 이세이 미야케 정장을 자주 빌려 입었던 그는 결국 ‘특이한 옷을 가진 친구’로 기억됐다.

책은 화려해 보이는 직업일수록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은 화려하기보다는 성실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비록 패션을 꿈꾸지 않는 청춘일지라도 외국에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큰 공감을 준다. 1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1-10-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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