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눈에 비친 장자의 정신세계

지식인 눈에 비친 장자의 정신세계

입력 2011-10-15 00:00
업데이트 2011-10-1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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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자다】 왕멍 지음 들녘 펴냄

‘나는 장자다:왕멍, 장자와 즐기다’는 삶의 질곡과 압박, 일상의 굴레와 번쇄를 어떻게 대하고 넘어서야 할지를 대면하게 한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깜깜한 어둠을 건너야 했던 한 지식인이 장자를 어떻게 보고 체득하고 있는지를 이 책은 절절하게 보여준다.

가슴과 경험을 통해 장자의 마음을 가지고 독립적인 지성과 자존을 지키려 했던 난세 한 지식인의 독백이며, 인생 독본이라고나 할까.

지은이 왕멍(77)은 해마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중국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지식인. ‘신중국’ 건립 이후 정치 풍파를 한 몸으로 겪은 그는 중국작가협회 부주석, 공산당 중앙위원과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1957년 우파로 찍혀 9년 동안 강제 노동으로 목숨을 부지해야 했고, 16년 동안 신장 지역에 쫓겨 가 있기도 했다.

지은이는 “장자는 인간 내면의 초탈과 해방을 얻는 방법인 소요(逍遙)에 이르는 길을 이야기했다.”면서 “장자를 음미하려면 소요에 대한 그의 생각과 환상에서 풍기는 독특한 멋과 분위기를 먼저 음미하라.”고 권한다.

왕멍은 경쟁과 분쟁이 갖고 있는 변화의 힘을 긍정하면서도 장자가 경쟁과 분쟁이 갖는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끊임없는 진보의 과정 속에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보고 인간 행동을 수정하고 균형을 맞추고 절제하는 데 (장자의 주장이) 도움이 됐다.”고 평했다. 또 장자가 만물의 상대성과 갖가지 현상의 무의미함, 허무함을 깨닫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장자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노자와 장자도 한쪽 이치만을 이야기했다.”는 비판도 담았다. 저자는 “담담하고 고요하며 적막하고 허무하고 무위한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고 천하의 분쟁과 소란을 ‘마른 고목과 식은 재처럼 대하는 것’을 더더욱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반문한다.

그리고 “인간과 문화의 황당함과 잔혹함, 일방적인 행동을 반성하고 방향을 바꾸어 사람의 마음과 욕망, 사람들이 말하는 문화가 아닌 하늘(자연)의 뜻에 따라가야 한다.”고 장자의 말을 빌려 답한다.

지은이는 장자가 남다른 상상을 통해 무궁함과 영원함, 출중함에 다가갈 수 있는 정신 확장의 계기를 찾았다고 평했다.

대붕의 날갯짓과 같은 장자의 드넓은 기세와 기백, 몸의 길이가 수천리에 달하는 대어 ‘곤’과 같은 거침없는 종횡무진, 난감한 세상사에 대한 통달과 훌훌 털고 떠날 수 있는 초연함, 장엄하면서도 다채로운 기상. 이는 굴욕과 억압을 견뎌 온 왕멍 자신의 거울이었다. “나는 장자다.”란 그의 외침은 궁핍한 시대를 사는 지식인들의 주문이기도 했다.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2011-10-1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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