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부커상이 주목한 한강 그리고 ‘채식주의자’

맨부커상이 주목한 한강 그리고 ‘채식주의자’

입력 2016-03-10 16:10
수정 2016-03-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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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46)이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후보에 오르면서 작가와 작품 ‘채식주의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또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세계적 문학상 맨부커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세계 3대 문학상’ 맨부커상

1969년 영국의 부커사가 제정한 상으로, 영어권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맨부커상은 노벨 문학상, 프랑스 공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영국 등 영연방 국가 작가에게 주어지는 맨부커상(Man Booker Prize)과 비(非)영연방 작가와 번역가에게 수여되는 맨부커상 인터내셔널(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부문으로 나뉘어 수여된다. 한강은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맨부커상은 영어권 출판업자들의 추천을 받은 소설들을 대상으로 평론가와 소설가, 학자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수상작을 뽑는다.

올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은 총 155개 작품에서 13개 후보를 선정했다. 영국 인디펜던트 문학 선임기자인 보이드 턴킨(Boyd Tonkin)이 심사위원장을 맡아 5명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를 이끈다.

최종 수상자는 오는 5월 16일 열리는 공식 만찬 자리에서 발표된다. 수상자에게는 5만 파운드(한화 8천600만원)의 상금과 함께 국제적 명성이 따른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이언 매큐언, 존 쿳시, 나딘 고디머, 앨리스 먼로 등이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존 쿳시와 나딘 고디머, 앨리스 먼로 등은 맨부커상과 함께 노벨문학상을 받아 눈길을 끈다.

이번 맨부커상 후보에는 노벨상을 수상한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와 터키의 오르한 파묵도 이름을 올렸다.

◇ 폭력 주제로 전세계 울린 ‘채식주의자’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처음 소개된 ‘채식주의자’는 한 여자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멀리하고, 그러면서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주인공 영혜는 폭력에 대항해 햇빛과 물만으로 살아가려고 하고, 스스로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한강은 결국 정신병원에까지 입원하게 되는 영혜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폭력적 본성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한다.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소설 3편을 하나로 연결한 연작 소설집이다. 이중 ‘몽고반점’은 2005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채식주의자’는 작년 1월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영문명 ‘더 베지터리언’(The Vegetarian)으로 출간됐다. 또 올해 1월에는 미국 호가드 출판사에서 같은 제목으로 나왔다.

책은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 유력 일간지로부터 “한국 현대문학 중 가장 특별한 경험”, “감성적 문체에 숨이 막힌다”, “미국 문단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등의 호평을 받았다.

한강은 지난달 29일 서울 성북구 스웨덴대사관저에서 열린 제41회 서울문학회에서 자신의 작품 ‘채식주의자’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인간은 선로에 떨어진 어린아이를 구하려고 목숨을 던질 수도 있는 존재이지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잔인한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며 “인간성의 스펙트럼에 대한 고민에서 소설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4년 6개월에 걸쳐 쓴 소설은 우리가 폭력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계를 견뎌낼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한다”며 “대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완성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채식주의자’는 폭력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한강 특유의 서정적인 문장으로 풀어낸 작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학평론가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더 일찍 조명받아야 하는 작품”이라며 “한국 출간 당시 주목을 받지 못해 아쉬웠는데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니 좋은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채식주의자’는) 인간의 오래된 미적 본능인 탐미주의를 극단까지 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인간 욕망의 추함을 극단적으로 거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며 “두 개의 상반된 태도를 똑같은 강도로 이끌어 가면서 소설적 긴장감을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인류의 보편적 주제를 한국적 상황에서 풀어낸다”며 “한국 문학의 특수성을 전세계인 보편성으로 연결하는 교량과 같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 작품과 번역의 놀라운 시너지

한강은 1970년 광주에서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태어났다.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 시로 먼저 등단한 한강은 독특하면서도 비극성을 띤 작품 세계로 일찌감치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한국소설문학상,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을 휩쓸며 ‘차세대 한국문학의 기수’로 불렸다.

한강은 작품에서 폭력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장으로 풀어낸다. 문학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을 “상처를 응시하는 담담한 시선과 탄탄한 서사, 삶의 비극성에 대한 집요한 탐문”이라고 정리한다.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등을 발표한 한강의 문학성은 2014년 출간된 ‘소년이 온다’(창비)에서 최고조에 이룬다.

한강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중학생 동호와 그를 중심으로 한 인물들의 아픔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소설은 ‘채식주의자’와 함께 해외에 출간돼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다룬 소설”이라는 대대적인 호평을 받았다.

한강의 문학성은 데보라 스미스라는 뛰어난 번역가를 만나 해외에서 빛을 발한다. .

해외에서 출간된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등은 한국인이 아닌 영국인 스미스 씨가 번역을 맡았다.

영국의 비영리 출판사 틸티드 악시스 출판사를 이끌고 있는 스미스 씨는 영국에 한국어를 전문적으로 하는 번역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한국어를 배웠다. 그는 ‘채식주의자’의 앞부분 20페이지를 번역해 영국 유명 출판사 포르토벨로에 보냈고, 결국 책은 출간까지 이어졌다.

한강은 “스미스 씨는 작품에 헌신하는 아주 문학적인 사람이다”라며 “좋은 번역자를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고 설명했다.

스미스 씨는 작년 한국문학번역원 주최한 워크숍에 참가해 자신의 번역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한국어와 같이 소수 언어권에서 온 책들은 소위 ‘다른 문화로의 창’과 같은 진부한 문구로 포장돼서 출간된다”며 “저는 그런 점을 지양하고 문학서로만 홍보하고 싶다.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한국을 들먹이며 마케팅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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