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방재학회 초대 회장 백민호 교수
“문화재 방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입니다. 그다음이 법과 제도이고 가장 마지막이 시설입니다.”백민호 문화재방재학회 초대 회장
백 교수는 방재에 대해 “우리는 목조 건축물이 많아 재난을 줄인다는 감재(減災)는 별 의미가 없다. 방재 개념엔 재난 발생과 확산을 원천봉쇄한다는 뜻이 모두 담겨 있다”고 설명하면서 숭례문 화재 이후 정부는 문화재 방재의 맨 끝 단계인 방재 시설 구비에만 역점을 뒀다고 지적했다. “‘하드웨어적’인 투자를 많이 해 전국의 국보급, 보물급 문화재에 방재 관련 시설들을 마련했지만 연구나 조사를 해 보면 일부 현장에선 시설 관리·운영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수억 원짜리 장비의 전원이 빠져 있거나 소방 장비 뚜껑을 열어 보면 물이 차 있는 등 유지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그는 설비 시스템 먹통 원인으로 법과 제도 미비를 꼽았다. 방재 시설을 운영하는 건 사람인데, 사람이 어떻게 관리·운영해야 하는지 법과 제도로 기준을 정해 놓지 않았다는 것. “1년에 최소 3~4번은 교육·훈련을 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근거가 없어 안 해도 그만입니다.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개선하는 것도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합니다. 숭례문 화재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잊히는 속도가 빨라질 겁니다. 화재 이후 최소 10년 이내, 그 여운이 남아 있을 때 법과 제도를 보완해야 합니다.”
백 교수는 무엇보다 시민 의식이 성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문화재 피해 내역 800~900건을 분석해 보면 자연재난을 제외한 사회재난 상당 부분은 방화 등 사람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사회재난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문화재는 보존해야 하는 중요한 자산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6-02-17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