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장비도 고장 나면 끝… 방재 핵심은 사람”

“수억 장비도 고장 나면 끝… 방재 핵심은 사람”

김승훈 기자
입력 2016-02-16 21:00
수정 2016-02-1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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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방재학회 초대 회장 백민호 교수

“문화재 방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입니다. 그다음이 법과 제도이고 가장 마지막이 시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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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호 문화재방재학회 초대 회장
백민호 문화재방재학회 초대 회장
문화재방재학회 초대 회장인 백민호(51) 강원대 재난관리공학전공 교수의 문화재 방재 지론이다. 문화재방재학회 설립은 2008년 2월 10일 숭례문 화재 이후 문화재 방재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추진됐고 연구모임 등을 거쳐 8년 만인 지난 10일 출범했다. 재난관리, 법, 교육, 공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뜻을 합쳤다.

백 교수는 방재에 대해 “우리는 목조 건축물이 많아 재난을 줄인다는 감재(減災)는 별 의미가 없다. 방재 개념엔 재난 발생과 확산을 원천봉쇄한다는 뜻이 모두 담겨 있다”고 설명하면서 숭례문 화재 이후 정부는 문화재 방재의 맨 끝 단계인 방재 시설 구비에만 역점을 뒀다고 지적했다. “‘하드웨어적’인 투자를 많이 해 전국의 국보급, 보물급 문화재에 방재 관련 시설들을 마련했지만 연구나 조사를 해 보면 일부 현장에선 시설 관리·운영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수억 원짜리 장비의 전원이 빠져 있거나 소방 장비 뚜껑을 열어 보면 물이 차 있는 등 유지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그는 설비 시스템 먹통 원인으로 법과 제도 미비를 꼽았다. 방재 시설을 운영하는 건 사람인데, 사람이 어떻게 관리·운영해야 하는지 법과 제도로 기준을 정해 놓지 않았다는 것. “1년에 최소 3~4번은 교육·훈련을 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근거가 없어 안 해도 그만입니다.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개선하는 것도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합니다. 숭례문 화재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잊히는 속도가 빨라질 겁니다. 화재 이후 최소 10년 이내, 그 여운이 남아 있을 때 법과 제도를 보완해야 합니다.”

백 교수는 무엇보다 시민 의식이 성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문화재 피해 내역 800~900건을 분석해 보면 자연재난을 제외한 사회재난 상당 부분은 방화 등 사람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사회재난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문화재는 보존해야 하는 중요한 자산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6-02-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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