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외로움 달래는 힐링 ‘그녀’

<새영화> 외로움 달래는 힐링 ‘그녀’

입력 2014-05-19 00:00
수정 2014-05-1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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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고, 무엇이 되고 싶으며, 도대체 삶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살아가면서 한 번쯤 뇌리를 스쳐갈 만한 생각들이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그녀’는 이처럼 현대인이 느낄 법한 쓸쓸한 정서를 따뜻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써주는 대필 작가다. 사랑하는 아내(루니 마라)와는 별거 중이다. 퇴근하고 나면 오랜 친구인 에이미(에이미 애덤스)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지만 공허한 마음을 달래진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 지능 운영체제 광고를 보고, 운영체제를 사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사만다(스칼릿 조핸슨).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이해해주는 사만다 덕택에 조금씩 행복을 되찾기 시작한 테오도르는 점점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다.

뒤죽박죽 된 테오도르의 삶에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이는 신도, 다른 여자도 아닌 인공지능이라는 점에서 영화는 참신하다. 영화는 목소리뿐인 사만다와 통화를 하고, 심지어 폰 섹스까지 하면서 조금씩 빈 마음을 채워가는 테오도르의 변화를 다뤘다.

’괴물들을 위한 나라’(2009), ‘어댑테이션’(2003) 등 기괴함과 화려한 색감을 자랑했던 존즈 감독의 전작들처럼, 오는 22일 개봉하는 ‘그녀’도 반짝이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눈을 즐겁게 할 만한 원색들의 향연이 돋보이는 영화다.

고깔 콘 모양의 차선표시기를 머리에 쓰고 사랑싸움을 진행하는 연인들의 즐거운 모습, 빨강과 분홍색 같은 원색 계열로 주변 사물을 채색하고 배치함에도 조악하지 않고, 심지어 아름다움까지 느끼게 해주는 미장센(화면구성)이 돋보인다.

적을 두지 못하고 이리저리 배회하는 주인공의 외로운 마음이 감수성 짙은 음악과 배우들의 능숙한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된다는 점도 이 영화의 강점 중 하나다. 늘 이어폰을 끼고 다니며 무의미하게 기사를 보는 테오도르의 모습을 보다 보면 그의 쓸쓸한 정서에 감염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테오도르의 마음을 따라가는 영화이기에 영화의 전반적인 톤은 가라앉아 있다. 그러나 무겁게까지 느껴지지 않는 건 밝고 화사한 색감과 로맨스로 번지는 이야기, 결국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구조 덕택이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적당한 쓸쓸함의 무게를 지닌 채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극장을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도 뛰어나지만, 스칼릿 조핸슨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다. 테오도르의 시선을 통해 이리저리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걸음걸이를 섬세하게 포착한 부분도 돋보인다. 올해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이다.

5월22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26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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