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를 떠나 대륙을 품다/ 김현주 교수의 홀로 세계여행기

반도를 떠나 대륙을 품다/ 김현주 교수의 홀로 세계여행기

입력 2014-03-18 00:00
수정 2014-03-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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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면서 여행보다 건강한 기억이 또 있을까. 고단한 우리의 일상은 지난 여행을 반추하며 위로받고 새로운 힘을 얻지만 여행의 기억을 제대로 엮어내기란 쉽지 않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여행을 통해 새로이 접한 문물과 순간순간의 감흥을 손에 잡힐 듯 눈에 밟힐 듯 생생한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부지런하고 꼼꼼한 여행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도를 떠나 대륙을 품다’는 여행기의 모범이라 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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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해외여행을 떠나는 요즘 세상에 다녀온 후 그냥 블로그에 사진 몇 장 올리면 될 일인데 새삼스럽게 무슨 책이냐며 면박당할 각오를 하고 쓴 여행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세계 일주라는 것이, 그것도 중년의 나이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스스로 불어 넣은 용기로 감행한 것이라고 고백한다.

여행도 그냥 여행이 아니었다. 고행에 가까운 힘든 여행을 왜 굳이 했느냐는 질문에 저자는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세계여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답한다. 저자는 모든 여행을 스스로 기획하고 준비한 끝에 혼자서 32만㎞, 지구 둘레로 따져 일곱 바퀴 반을 도는 장대한 거리를 누볐다. 한번 떠났다 하면 짧게는 열흘, 길게는 한 달의 긴 여정을 시간과 비용의 제약과 다투어 가며 5대양 6대주, 56개국 수백개 도시를 밟았다. 이번에 펴내는 여행기는 독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먼 곳의 여행지들을 중심으로 13차례의 출정(出征) 중 4개 편을 엮은 것이다.

현재 광운대 사회과학대학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 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MBC 옴부즈맨 프로그램 ‘TV속의 TV’를 1995∼2000년까지 진행했고 KBS 뉴스 옴부즈맨 위원, 한국방송학회 회장, 한국스피치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MBC 시청자 위원, 광운대 입학홍보처장, 사회과학대학장 등을 지냈다.

인생을 살면서 세계 일주를 한 번쯤 꿈꾸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주한 일상과 씨름하며 지내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세계 일주는 마음속으로만 그리는 로망이자 꿈일 것이다. 저자가 반도를 벗어나 대륙 저편의 세계를 품을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30년 전 유학길에 오른 순간부터였다. 난생 처음 탄 비행기가 인천 앞바다에서 크게 한 바퀴 돌며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속도를 붙이니 한반도를 횡단하는 데 20여 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때 처음 대한민국이 작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 이후 드넓은 세계를 품고 싶은 꿈을 그친 적이 없지만 실행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우리의 삶이란 얼마나 분주한 것인가? 그나마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직업을 가진 저자의 일상도 마찬가지였다.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것 같아서, 미리 잡아놓은 약속이 있어서, 참석해야 할 회의가 있어서, 제출해야 할 논문의 마감 날짜에 쫓겨서, 아니면 함께 갈 친구가 없어서 망설이고 미루어왔던 여행 충동을 언제까지 마음속에만 가두어 둘 수 없었다. 아직은 두 다리가 튼튼하고, 호기심과 열정이 식지 않았을 때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결행하기로 작정했다. 매번 동반자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 아예 솔로 여행으로 시작한 지 4년 반, 매번 여름과 겨울을 기다려 움직인 끝에 세계 지도 곳곳에 나만의 깃발을 가득 꽂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자는 세계 여러 지역을 방문한 끝에 세계시민이 만나는 접점, 즉 인류 보편의 가치를 찾았다고 한다. 언어의 차이도, 인종의 차이도, 이데올로기의 차이도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 앞에서는 의미가 없었다고 말한다. 자유, 책임감, 명예와 함께 인간의 자존감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지키고 싶은 지고한 가치라는 것이다.

그의 여행은 매우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다. 빠르고 편안한 교통편을 이용하진 못했지만 짧은 기간 동안에 놀랍게도 방대한 지역을 섭렵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목표 지점을 찍고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그런 의례적인 여행이 아니었다. 매우 다양한 지역을 시종일관 진지하고 세밀하게 답사했으니 이 책은 넓이와 깊이를 갖춘 여행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 두꺼운 책 여러 권에 실어도 모자라는 분량을 한 권의 책에 야무지게 다져 넣었다는 점에서 별난 여행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 책 한 권만 가지면 곧바로 떠나도 될 만큼 여행기에 담긴 지역 정보는 다양하고 충분하다.

마르코 폴로가 그랬고 이븐 바투타가 그랬듯이 지금 그는 다음 여행을 위해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세상은 넓고 가야할 곳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지만 인생이 길지 않음을 아쉬워하고 있을 것이다. 인생 자체가 여행이기에 우리의 여행은 끝이 없는가 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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