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외세 맞선 흥선, 부국강병 고민의 기록

19세기 말 외세 맞선 흥선, 부국강병 고민의 기록

입력 2014-03-18 00:00
업데이트 2014-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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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대원군 친필서간집 공개

“서양 오랑캐들의 일은 이미 둔갑(遁甲)을 한 것입니다. 아직도 영종도 앞바다에 있으니, 그들의 망측한 정상(情狀)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10일.”

흥선대원군이 친필로 작성한 편지의 본문(왼쪽). 서예에 능했던 대원군은 독특한 서풍의 간찰을 남겼지만 정치인으로서 면모를 보여 준 사료는 드물었다. 최근 숭실대가 영인해제해 간행한 ‘흥선대원군필첩’(오른쪽)에는 이양선 출몰과 부국강병책 추진 과정에서의 고민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 제공
흥선대원군이 친필로 작성한 편지의 본문(왼쪽). 서예에 능했던 대원군은 독특한 서풍의 간찰을 남겼지만 정치인으로서 면모를 보여 준 사료는 드물었다. 최근 숭실대가 영인해제해 간행한 ‘흥선대원군필첩’(오른쪽)에는 이양선 출몰과 부국강병책 추진 과정에서의 고민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 제공
150여 년 전 ‘운현궁의 봄’은 어땠을까.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이 최근 영인해제해 공개한 서간첩에서는 19세기 말 최고 권력자인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고민을 낱낱이 엿볼 수 있다. 고종의 아버지인 대원군은 잦은 이양선 출몰에 서울 운니동 사저인 운현궁에서 제대로 밤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은 흥선대원군의 서간첩들을 엮어 ‘한국기독교박물관 소장 흥선대원군필첩’(興宣大院君筆帖)을 최근 발간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후대에 흥선대원왕유묵(興宣大院王遺墨)·흥선대원군필첩(興宣大院君筆帖)·흥선대원군간찰(興宣大院君簡札)·간찰첩(簡札帖) 등으로 각각 이름 붙인 4점이다. 간찰첩만 대원군의 편지가 아닌 의정부와 육조, 중앙 군영의 관료들이 대원군에게 보낸 답장(27통)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흥선대원군간찰에는 병인양요(1866년)로 추정되는 환란의 전 과정이 수록됐다. 대원군은 이양선 출몰에 대처하는 요령을 정리해 수시로 누군가에게 직접 명령을 내렸다. “대저 이 무리들은 설영 내침(侵)하는 일이 있더라고 반드시 급급하게 문정(問情·사정을 캐어 보는 일)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 처리에 재간 있는 서리(胥吏)와 장교 각 1인을 변복(變服)하게 한 다음 약간의 미포(米包)와 생선을 지닌 채 작은 배를 타게 하되, 떠돌이 상선 모양으로 그 이양선과 물품 매매를 하게 하면서 그 배에 들어가서 배 안의 동정을 살피도록 한 뒤에 서서히 느긋하게 문정할 일입니다.”

다만 프랑스군이 강화도를 한 달 넘게 점령하는 등 서해안 일대를 유린하자 이양선 출몰 상황을 밤낮 없이 신속히 알려 줄 것을 당부한다. 강화도와 통진을 잃은 뒤에는 원병(援兵)을 보내기보다 포군(砲軍)을 선발해 지원하거나, 중앙 군영의 지시 없이 신속하게 병사를 동원하라는 전략을 하달한다. 이어 프랑스군이 퇴각하자 “서양 오랑캐들이 이미 도망했습니다. 개선한 군대에 대해서는 오늘 전하께서 친히 시상하시어 인심이 진정되었으니 다행스럽‘고 다행스럽습니다”라는 편지를 왕에게 보내기도 했다.

다른 형태의 서찰인 흥선대원왕유묵에는 탐관오리에 대한 분노가 드러나 있다. “안산 이방 박수계와 서원 김지수, 최치봉 세 놈은 반드시 분부하여 비밀리에 감결(甘結·하급관청에 보내는 공문)을 보내어 영문(營門)에 잡아와 가두는 것이 어떻겠는가.” “사기막에 사는 김씨 놈도 잡아 와라. 당초에 뇌물받은 수량을 묻고 기록해 쇄안(刷案·관청의 문서나 장부를 조사한 문서)에 넣기 바란다.”

공개된 사료들은 박물관 설립자인 고(故) 매산 김양선이 수집한 자료들이다. 권영국 박물관장은 “19세기 경기·황해도 연안의 군비와 재정 운영 등은 물론 대원군의 부국강병책과 정국 운영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라고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4-03-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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