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팀이 내놓은 엉성한 이야기…뮤지컬 ‘디셈버’

드림팀이 내놓은 엉성한 이야기…뮤지컬 ‘디셈버’

입력 2013-12-20 00:00
수정 2013-12-2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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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노래의 서정은 어디에…

지난 16일 개막한 창작 뮤지컬 ‘디셈버’가 이렇게 초라하고 엉성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를 거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을 것 같다.

다재다능한 이야기꾼 장진 감독, 뮤지컬계 절대적인 티켓 파워 김준수, 충무로의 신흥 강자 영화투자배급사 ‘뉴’가 손을 잡은 작품으로 진작부터 뜨거운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여기에 ‘영원한 가객’ 고 김광석(1964~1996)의 파워까지 더해졌다. ‘디셈버’는 김광석의 주옥같은 노래를 엮어 만든 ‘김광석 주크박스 뮤지컬’임을 내세웠다.

그렇기에 이 ‘드림팀’이 실제 무대에 내놓은 모습은 더 실망스럽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장진 감독의 솜씨라고 보기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만큼 이야기가 허전하고 억지스러운 게 가장 큰 문제다.

이야기의 큰 얼개는 대략 이렇다. 1992년 시와 음악을 사랑하는 대학생 ‘지욱’(김준수·박건형)은 학생운동을 하는 당찬 여대생 ‘이연’(오소연·김예원)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를 사고로 잃는다. 20여년이 흐른 뒤 성공한 공연 연출가가 된 ‘지욱’은 우연히 ‘이연’과 똑 닮은 뮤지컬 배우 지망생 ‘화이’를 만나 다시 옛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디셈버’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진부한 첫사랑 이야기,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인물들 간의 감정과 관계가 갑작스럽게 진전되고 마무리된다. 가장 중심이 되는 ‘지욱’과 ‘이연’의 사랑마저 그저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했다는 식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낸 김준수가 아무리 애절하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노래해도, 왜 저렇게 ‘아픈지’ 공감하기 어렵다.

주변 인물들의 파편적이고 억지스러운 에피소드도 넘쳐나 도무지 이야기의 흐름에 올라탈 틈을 주지 않는다.

하숙집 주인 부부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부르기 위해 갑자기 죽음을 맞고, 복학생 친구는 ‘서른 즈음에’를 부르기 위해 29세로 설정됐다. 화장실 변기에서 일어날 줄 모르는 하숙집 친구를 향해 ‘일어나’를 부를 때엔 민망하기까지 하다.

물론 웃음이 터진다거나 가슴이 찡한 순간들도 있지만, 그건 김광석 노래가 갖는 예민한 서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무려 세 시간이 넘는 긴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관객석에는 김광석의 향취가 전해지지 않는다. 청춘의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했던 그를 이런 방식으로 ‘소비’한 데 대해 헛헛함만이 객석에 남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주역들의 노래와 연기, 그 자체가 나쁘진 않았다는 점과 제작사가 피드백 과정을 통해 작품을 많이 매만지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진 감독은 20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작품 완성도를 위해 계속 수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창작 초연작인데다가 제작사와 연출 모두 뮤지컬은 첫 도전인 점 등을 고려해 프리뷰 기간(작품의 완성도 등을 고려해 개막 초 할인된 가격으로 공연을 제공하는 기간)을 진행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연은 내년 1월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계속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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