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아진 방통위원장, 작아진 밥그릇 챙기기?

말 많아진 방통위원장, 작아진 밥그릇 챙기기?

입력 2013-08-06 00:00
업데이트 2013-08-06 00:1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일주일새 기자간담회 두 차례 ‘KBS수신료 인상’ 재 공론화

이경재(72) 방송통신위원장의 ‘입’에 방송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 무려 두 차례나 기자간담회 자리를 마련,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면서 방송업계의 지형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5일 방통위 등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미국 출장을 전후한 지난달 23일과 31일 잇따라 출입기자단과 만나 민감한 현안들에 대한 개인적 소신을 개진했다. 첫 간담회에선 ‘KBS 수신료 인상’을 재공론화했다.

작심하고 필요성을 역설한 그는 “수신료를 인상하면 KBS에 쏠린 광고물량 가운데 2~3%가 종합편성채널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 수신료 인상안은 KBS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방통위에 계류 중이다. 방통위 심의를 거쳐 조만간 국회 논의에 들어가지만, 야당의 반대가 심해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번째 간담회에선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도하는 초고화질(UHD) 방송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를 중심으로 한 UHD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미래부가) 방통위와 상의했으면 좋을 뻔했다. (UHD는) SD에서 HD로 넘어갈 때처럼 의미 있는 서비스가 아니어서 미국에서도 도입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견제했다. 이 위원장은 또 “연말까지 재송신 규제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해 지상파와 케이블 업계의 가장 민감한 사안까지 건드렸다.

방송업계 안팎의 반응은 다소 부정적이다. 지난달 전국 규모의 UHD 시범방송을 시작한 케이블 업계의 관계자는 “UHD 방송은 미래부 출범 전 방통위의 협조를 얻어 추진해 오던 사안”이라며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선 미래부 출범 뒤 지상파와 종편, 보도전문채널로 업무 영역이 좁아진 방통위의 ‘밥그릇 챙기기’란 비판도 만만찮다.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MSO와 방송콘텐츠, 통신이 모두 미래부로 넘어간 상태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계획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합의제 기구의 수장인 이 위원장이 내부 논의 없이 마치 결정된 사항인 양 (개인적 소신을) 공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이전 위원장들의 모습을 답습하는 듯이 보여 정치적 행위로 간주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3-08-06 18면
많이 본 뉴스
핵무장 논쟁,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에서 ‘독자 핵무장’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평화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독자 핵무장 찬성
독자 핵무장 반대
사회적 논의 필요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