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회는 지혜로운 인간 염원 이젠 세계유산으로 꽃피워야”

“연등회는 지혜로운 인간 염원 이젠 세계유산으로 꽃피워야”

입력 2012-04-11 00:00
업데이트 2012-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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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문화부장 진명스님 중요무형문화재 ‘연등회’를 말하다

불교계의 큰 숙원 하나가 해결됐다. 연등회(燃燈會)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이다. 문화재청이 지난달 말 연등회에 부여한 중요무형문화재 일련 번호는 제122호. 연등회를 문화재로 지정토록 한다는 계획을 처음 세운 게 2007년 7월이었으니 조계종은 이 번호를 얻기 위해 무려 8년 8개월간 정성을 쏟은 셈이다. 연등회의 문화재 지정을 놓고 불교계에선 환영 일색이지만 개신교 일각에선 ‘종교 편향’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등회는 과연 불교에 국한한 종교의식인가, 아니면 온 국민이 챙기고 전승해야 할 보편의 문화유산인가. 10일 오전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진명 스님을 만나 연등회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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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회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에 큰 몫을 담당했던 조계종 문화부장 진명 스님. 연등회는 그저 불교만의 종교의식이 아닌, 인간을 지혜롭게 만드는 ‘보편의 축제’라고 말한다.
연등회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에 큰 몫을 담당했던 조계종 문화부장 진명 스님. 연등회는 그저 불교만의 종교의식이 아닌, 인간을 지혜롭게 만드는 ‘보편의 축제’라고 말한다.


“저 개인뿐만 아니라 불교계 모든 이들이 반갑게 여기고 기뻐하지만 더 큰일이 눈앞에 있어 부담이 큽니다.” 주무부서 책임자답게 진명 스님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고민이 커 보였다. “문화재청이 연등회를 중요무형문화재로 공식 지정한 까닭은 사라지고 변질될 위험성이 큰 부분들을 온 국민이 보존, 전승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이들이 느끼고 볼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 가꿔내야 합니다.”

●부처님앞에 등 밝히고 어리석음 깨우쳐

그동안 연등회는 문화재청 문화재심의위원회에서 부결과 보류를 거듭하는 등 무형문화재 지정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왜 그렇게 연등회는 험난한 과정을 겪었을까. “불교 안에선 충분한 가치를 담고 있다고 해도 불교의례 등에 전문성을 갖지 못한 문화재 위원들이 그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탓이 큽니다. 여기에 일제 잔재가 남아있고 연속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얹혔던 것이지요.” 지난해 조계종 문화부가 나서 문화재위원과 학자들에게 연등회와 관련한 소상한 자료들을 제공해 그 오해를 푼 게 그나마 다행이란다.

연등회의 문화재 지정후 개신교 일각에서 일고 있는 불만과 반발의 움직임도 따져보면 그 연장선상에 있단다. “연등회는 1700년 한국불교의 역사 속에 면면히 이어져왔고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부처님 앞에 등을 밝혀 불을 켠다는 자체는 바로 무명과 어리석음을 없애 인간을 지혜롭게 만든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반목과 질시는 지혜롭지 못해 생겨난 해악이라고 할때 좀 더 지혜롭게 살아보자는 염원을 담은 축제를 그저 종교적 상징이 강한 의식으로 보는 게 안타깝단다. “국가가 지정하는 근대문화유산에 가톨릭과 개신교 교회 건물들이 많이 포함되지 않았습니까. 연등회가 불교행사라는 이유로 종교성을 따진다면 속 좁은 처사로 보입니다. 오히려 이웃 종교들이 마음을 크게 열고 함께 기뻐할 일이 아닐까요.” 그래서 연등회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빈틈없이 문화재청과 호흡을 맞추겠다고 다짐한다.

●불교행사라는 이유로 폄훼 안타까워

우리 국민들은 영국의 대영박물관이며 프랑스의 루브르를 찾아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는 걸 당연시하고 그 보존과 관리의 손길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스님은 그런 차원에서 “우리 국민은 우리가 갖고 있는 문화재를 특정 종교의 흔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세계의 다른 문화유산 못지 않게 경쟁력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거듭 말한다.

“불교계도 준비며 절차에 소홀한 책임과 잘못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매일 매일 몸담고 있으면서도 그 가치와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불교 문화유산에 승가와 수행자들부터 먼저 눈떠야 합니다.”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게 문화’라는 말에 아주 공감한다는 스님은 그래서 우리 전통문화의 유산을 가장 많이 갖고있는 승가부터 정신무장을 다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최근 조계종단 차원에서 세워 시작한 무형문화유산 중장기계획은 아주 반가운 일이란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만들어가는 문화행위도 100년쯤 후엔 그 또한 문화재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대중들을 꾸준히 설득하고 공감을 확산시켜야 하는 것이지요. 물론 저부터 시작해야겠지요.”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2-04-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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