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내가 누구인가’ 하는 질문의 답”

“한국은 ‘내가 누구인가’ 하는 질문의 답”

입력 2011-08-17 00:00
수정 2011-08-1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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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오버2’ 의사 출신 한국계 美 배우 켄 정

“뒤늦게 연기에 빠져들어 지금은 연기가 내 인생의 전부입니다. 모든 역할을 다 해보고 싶고 한국영화에도 출연하고 싶습니다.”

내과의사 출신에 한국계라는 사실까지 얹어지면서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미국 배우 켄 정(42)은 16일 서울 대치동 파크하얏트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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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켄 정이 16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행오버 2’의 포스터를 보더니 파안대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켄 정이 16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행오버 2’의 포스터를 보더니 파안대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교땐 공부벌레… 대학시절 연기에 빠져

자신이 출연한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 ‘행오버 2’(25일 개봉) 홍보차 내한한 그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거둔 이 시리즈로 켄 정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3’에도 중국계 연구원 역할로 출연했다.

이민 2세대로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정강조’라는 한국 이름도 갖고 있다.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안다.”고 했지만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했다. 경제학 교수를 아버지로 둔 그는 16살 때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한 뒤 명문 듀크대 의대에 입학, 역시 조기 졸업한 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내과의사로 일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연기를 하겠다는 생각을 전혀 해보지 못했어요. 어렸을 때는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편이었고 아는 사람들이나 친구들 사이에서만 웃기는 성격이었어요. 그에 비해 공부를 굉장히 잘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 잘했기 때문에 나 자신에 대해 아주 학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그랬던 그가 연기에 빠져든 것은 대학교 때 몇몇 수업을 듣게 되면서였다.

“대학교 때 취미로 연기와 코미디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연기 수업도 몇 개 들었는데 굉장히 빠져들었습니다. ‘아, 이렇게 재밌는 게 있었구나’ 하면서 눈을 뜨게 됐죠.”

●아내·아버지 권유로 의사 가운 벗어

그러면서도 연기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낮에는 의사, 밤에는 코미디 배우로 활동하던 그가 의사 가운을 벗고 본격 배우로 나선 것은 아내(베트남계 혼혈)와 아버지의 적극적인 지지 덕분이었다. 2007년 그가 출연한 영화 ‘사고친 후에’를 본 아내는 전문 배우로 나서 보라고 진지하게 조언했다.

“당시 아내가 유방암 3기로 투병 중이어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어요. 그런 나를 보고 아내가 꿈을 향해 나아가라고 적극적으로 지지해 줬어요. 생각해 보니 인생은 짧고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쓰다 보면 인생을 도전적으로 살지 못하고 어영부영 보낼 것 같다는 두려움이 들더군요. 두려워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 실컷 해 보자고 마음먹었죠.”

그렇게 본격적으로 방향을 튼 영화 인생은 부부 모두에게 치료제 역할을 해 아내의 암도 3년 전에 완치됐다고 한다. 그는 “인생의 시간이 제한돼 있는 만큼, 리스크를 감수하고 용감한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파격 누드 연기도 내 아이디어”

화제를 ‘행오버’의 파격 누드 연기로 돌렸다.

“영화 자체가 미국 스타일의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코미디라는 데 초점을 뒀어요. 원래 대본엔 팬티를 입고 나오는 걸로 돼 있는데, 내가 발가벗고 나오겠다고 했죠.”

언제 어디서든 ‘망가지는’ 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그였지만, 코미디 배우로 국한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이제 내 첫 번째 직업이 연기니까 모든 걸 다 해보고 싶어요. 진지한 영화나 무술영화, 드라마, 코미디 등등…”

●“내면의 여정 담은 한국영화 찍고 싶어”

그는 한국에서 영화를 찍는다면 자신의 국적이나 영혼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면의 여정을 담은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인들과 꼭 함께 일하고 싶어요. 한국은 나의 모국(home country)이고 내가 누구인가 하는 질문의 답이에요. 내가 한국 배우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번 방문 역시 비즈니스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어요. 마치 집에 돌아온 느낌이에요.”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11-08-1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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