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초정통파 유대교의 랍비 메슐람 도비드 솔로베이치의 장례식이 31일 예루살렘에서 거행돼 많은 이들이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솔로베이치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세상을 떠났는데 마스크를 쓰지도 않은 채 운구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예루살렘 AP 연합뉴스
예루살렘 AP 연합뉴스
이스라엘 인구 930만명 가운데 초정통파 유대교도 비율은 15% 정도지만, 최근 보고되는 확진자 가운데 이들의 비중은 무려 35%에 이른다. 학생 감염자의 경우 절반가량이 초정통파 유대교도다.
사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해 많은 나라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이스라엘 정부와 방역당국은 집단면역 효과 발생 시점을 당초보다 늦춰 잡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이달 중순 인구의 24%가량이 접종을 마치면 경제활동 본격 재개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날 오전까지 집계된 1차 접종자는 300만 5000명, 2차 접종까지 마친 인원은 172만여명이다. 1차 접종 목표는 일단 충족한 상태다.
그런데 요아브 키시 이스라엘 보건부 차관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최종 목표는 (2차 접종자) 550만명이다. 300만∼400만명을 넘어서면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총리가 예고했던 상황이 몇 주 안에 벌어질 것”이라며 “당초 예상 시기보다 몇 주 늦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염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빠른 전파와 방역 수칙을 거부하는 종교 단체의 활동 등이 백신 접종의 효과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초정통파 유대교도들은 마스크 착용과 집회 금지 등 방역 수칙을 따르지 않거나, 당국의 단속에 반발해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폭력적인 양상도 보였다.
이스라엘 정부는 강력한 봉쇄 조치와 더불어 국경까지 폐쇄하며 외국발 변이 바이러스의 유입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유입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활개를 치면서 아직 확실한 면역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주일 전과 비교해 감염 속도가 상당히 둔화하긴 했지만 지난달 30일에도 신규 확진자가 2500명을 넘겼다.
최근 2년 동안 세 차례 총선을 치르고도 정부 구성을 하지 못한 네타냐후 총리가 3월로 예정된 네 번째 조기 총선에서 초정통파 유대교 관련 정당의 지지를 의식해 이들의 단속에 소극적인 것이란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숙적인 베니 간츠 전 부총리는 트위터에 “몇백만명의 가족과 어린이들이 집에 갇혀 지내는데 하레딤 교도 수천명이 장례에 운집했는데 심지어 대다수가 마스크도 쓰지 않았다. 불공평한 법 집행의 증거”라고 개탄했다. 이어 “우리는 효과도 없고 가짜인 봉쇄를 지속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봉쇄되든지, 모두가 재개하든지 해야 한다. 방종의 세월은 끝났다”고 단언했다.
한편 이스라엘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날 밤 12시까지로 예정된 3차 봉쇄의 연장 여부를 이날 중 결정할 예정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