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거절당하자, 죽어가는 모습 생중계한 남성

안락사 거절당하자, 죽어가는 모습 생중계한 남성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9-06 04:39
수정 2020-09-0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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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50대 불치병 환자…페이스북은 계정 차단

프랑스의 불치병 환자 알랭 코크가 5일(이하 현지시간) 아침부터 음식과 물, 약을 들지 않아 죽음에 이르는 모습을 라이브스트리밍 생중계하겠다고 밝혀 페이스북이 계정을 차단했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동부 디종의 자택 병상에 누워 소셜미디어로 누군가와 소통하는 모습.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프랑스의 불치병 환자 알랭 코크가 5일(이하 현지시간) 아침부터 음식과 물, 약을 들지 않아 죽음에 이르는 모습을 라이브스트리밍 생중계하겠다고 밝혀 페이스북이 계정을 차단했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동부 디종의 자택 병상에 누워 소셜미디어로 누군가와 소통하는 모습.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불치병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프랑스의 57세 남성이 스스로 식음을 전폐하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라이브스트리밍으로 생중계를 시작하자 페이스북이 계정을 차단했다.

알랭 코크는 34년째 동맥의 벽들이 서로 달라붙는 희귀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다. 의료진은 도리가 없다고 했다. 해서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안락사를 허용해달라고 청원했지만 거절 당했다. 프랑스에서는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라 해도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코크는 가톨릭 교회를 비롯해 도덕적인 이유로 안락사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줘 법 개정이 필요함을 깨닫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웃 네덜란드와 벨기에, 스위스는 의학적 도움을 받아 죽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가톨릭 교회의 압력 등으로 용납하지 않고 있다.

그는 5일(이하 현지시간) 아침 일찍 전날 저녁을 끝으로 음식도 물도 약도 먹지 않는다며 죽음의 생중계를 시작하겠다고 알렸다. 코크는 디종에 있는 자택의 침대에 누운 채로 “해방에로의 여정이 시작됐다. 날 믿어달라. 난 행복하다”며 “앞으로 며칠이 어려울 것이란 점을 안다. 하지만 난 결심했고, 마음은 평온하다”고 말했다. 본인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페이스북은 극단을 선택하는 과정을 보여줄 수 없는 규정에 따라 계정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AFP 통신에 “이런 복잡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싶다는 (코크 씨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코크 계정의 생방송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코크는 페이스북이 오는 8일까지 생중계를 차단하겠다고 했다며 지지자들이 로비를 벌여 페이스북이 태도를 바꾸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제 여러분에게 달렸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7월 코크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위엄있게 죽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감명받았다면서도 자신이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며 완곡한 거절 의사를 밝혔다. 아무래도 미안했던지 마크롱 대통령은 답장 위에 손글씨로 “개인적으로는 마음껏 지지하고 존경을 보낸다”고 적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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