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밸브 쥔 푸틴, 유럽에 ‘최후통첩’

가스밸브 쥔 푸틴, 유럽에 ‘최후통첩’

입력 2014-04-12 00:00
업데이트 2014-04-12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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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대금 안갚으면 공급차단” 18개국에 서한… 22억달러 달해

“밀린 가스대금을 내지 않으면 밸브를 잠가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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舊소련 군복 입은 친러 시위대
舊소련 군복 입은 친러 시위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편입과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친러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0일(현지시간) 남부 도시 오데사에서 시위대원들이 옛 소련의 군복을 입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데사 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크림반도 합병과 동부 도시들의 잇따른 독립시위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는 서방에 마침내 ‘가스공급 차단’이라는 무기를 꺼내 들었다. 유럽 전체에서 쓰이는 천연가스 30%가량이 러시아산인 만큼, 서방의 제재 수위가 높아질수록 푸틴이 가스를 반격카드로 쓸 것이라는 전망은 진작부터 제기됐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자국의 경제 및 군사 궤도를 벗어나려는 우크라이나를 단속하고, 연방제를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제스처라고 분석한다.

푸틴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유럽 18개국 지도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가 22억 달러(약 2조 2825억원) 규모의 밀린 가스대금을 갚도록 즉각 중재하지 않으면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가스대금을 내지 않으면 “러시아 국영가스사 가스프롬이 앞으로 가스대금을 선불로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급조건을 추가로 어기면 가스 공급을 전부 또는 일부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1일부터 가스 공급가를 종전보다 81%나 올렸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경제 침략”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현재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공급되는 가스의 절반가량이 우크라이나를 경유한다. 우크라이나가 밀린 대금을 갚지 못해 가스 공급이 막히면, 당장 유럽 가스 수요량의 15%가 부족해지는 것이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의 경우 24시간 가동되는 석유화학, 중공업,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연방제 개헌을 위한 푸틴의 노림수라는 지적이 많다. 러시아 정치평론가인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뉴욕타임스에 “크렘린은 우크라이나 주지사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연방제’가 실시되면 우크라이나가 절대 반러시아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푸틴이 연방제를 원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AP통신은 러시아의 가스 차단 위협은 “유럽연합(EU)을 분열시키고, 미국과 서방의 추가제재를 막으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즉각 러시아를 비난하며 추가 경제제재를 경고했다.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앞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을 만나 러시아가 상황을 계속 격화시킨다면 추가 제재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를 강압하려는 도구로 에너지를 사용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추가 제재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동부 도시 3곳의 친러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혀 위기와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4-04-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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