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성매매’ 파워블로거 공개 망신 줘

中, ‘성매매’ 파워블로거 공개 망신 줘

입력 2013-08-30 00:00
업데이트 2013-08-30 10:3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국영 CCTV, 메인 뉴스에서 이례적 장시간 보도

중국 당국이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유명 블로거 쉐만쯔(薛蠻子·60)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에서는 이번 사건이 당국의 인터넷 옭죄기 일환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강하다.

이번 사건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먼저 쉐만쯔가 중국에서 과연 어떤 인물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

미국 국적을 가진 화교인 그는 중국에서 벤처 투자자로 활동했다.

그러나 그는 사업가보다는 파워 블로거로 더욱 유명하다.

미국 국적 사업가여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신분’인 그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 사회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논평을 자주 내놓았고 이는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1천2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그가 최대 포털 시나닷컴이 선정한 2012년 영향력 있는 파워 블로거 4위에 올랐다.

이는 중국 인터넷에서 그가 갖는 ‘빅 마우스’로서의 위상을 짐작케 한다.

이런 그가 23일 베이징의 한 아파트에서 손녀뻘인 22세 여성과 성매매를 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는 기사가 돌연 등장했다.

국영 중국중앙(CC)TV는 29일 오후 7시 방영된 종합 뉴스 프로그램 신원롄보(新聞聯播)에서 3분의 시간을 할애, 쉐만쯔 성매매 사건의 진상을 자세히 보도하기까지 했다.

CCTV는 공안을 인용, 쉐만쯔가 23일 적발된 것 외에도 올해 5월 이후 10여명의 여성과 성매매를 했을 뿐 아니라 한번에 여러 명의 여성과 동시에 성관계를 맺은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CCTV는 구류소(구치소)에 죄수복을 입고 수감된 쉐만쯔의 모습을 찍어 방영하기도 했다.

CCTV의 가장 중요한 뉴스 프로그램인 신원롄보는 정치국 상무위원 이상 지도자들의 동정 위주로 구성되는 게 보통이다.

일반적인 형사 사건이, 그것도 중국에서 흔히 매우 흔히 발생하는 성매매 사건이 이런 식으로 보도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에서는 당국이 인터넷 여론 통제를 목적으로 쉐만쯔에게 공개적 망신을 준 것이라는 해석을 하는 이들이 많다.

중국 당국은 인터넷 여론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대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6월말을 기준으로 중국의 누리꾼 수는 5억9천100만명에 달해 6억명 돌파를 앞뒀다.

중국은 웨이보 실명제를 도입하거나 유언비어 배포 행위자를 수시로 잡아들여 처벌하고 있지만 분출하는 인터넷 여론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것이 현실이다.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으로 악명 높은 중국의 인터넷 감시·통제 시스템도 수억 명이 동시에 스마트폰을 통해 쏟아내는 웨이보 메시지를 모두 거르는 데 이미 한계에 봉착한 지 오래다.

따라서 당국이 쉐만쯔 같은 인터넷에서 영향력이 큰 인사를 ‘손 봄’으로써 파워 블로거들은 물론 보통의 누리꾼들도 위축시키는 효과를 기대했음직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안이 국민과 자국 내 체류 외국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중국에서 말을 함부로 했다가는 언제 무슨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퍼뜨리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아울러 인터넷에서 입바른 소리를 잘 해대는 쉐만쯔 같은 인물들의 적나라한 사생활을 폭로함으로써 이들의 공신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도 배어 있을 수 있다.

최근 중국이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직후인 지금 쉐만쯔 사건이 발생한 점도 주목할 만한다.

중국은 지난 15일 주요 인터넷 사이트 책임자, ‘누리꾼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관 주도의 대규모 자정 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법규 준수, 사회주의 제도 고수, 국가 이익 지지 등의 이른바 ‘7개 마지노선’을 준수하기로 결의했다.

당국의 이 같은 조처는 당과 정부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판을 더욱 강력하게 통제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이런 가운데 당국은 쉐만쯔에 대한 ‘함정 수사’ 의혹을 부인하면서 그가 성매매 단속망에 걸린 것이 ‘우연’이라고 강조했다.

낯선 남녀가 자주 드나드는 것을 수상히 여긴 주민들의 신고로 공안이 출동했는데 공교롭게도 쉐만쯔가 현장에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당국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별로 없는 분위기다.

누리꾼 ‘세태’는 포털 텅쉰(騰迅) 게시판에서 “일개 외국인이 성매매를 한 것이 CCTV 신원롄보에 나오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며 “CCTV는 심심한 건가”라고 비꼬았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핵무장 논쟁,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에서 ‘독자 핵무장’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평화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독자 핵무장 찬성
독자 핵무장 반대
사회적 논의 필요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