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핸드폰 되찾아 열어보니 원숭이 ‘셀피’와 동영상

사라진 핸드폰 되찾아 열어보니 원숭이 ‘셀피’와 동영상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9-16 11:30
수정 2020-09-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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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대학생 “한 세기에 한 번” 3년 전에도 비슷한 일

말레이시아 대학생 자크리지 로드지의 휴대전화 갤러리에 저장된 원숭이 셀피 사진. 자크리지 로드지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말레이시아 대학생 자크리지 로드지의 휴대전화 갤러리에 저장된 원숭이 셀피 사진.
자크리지 로드지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말레이시아의 남자 대학생이 집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는데 다음날 집 뒤쪽 정글 야자수 아래에서 찾았다. 전화기에는 원숭이의 셀피 사진과 동영상 등이 담겨 있었다. 원숭이는 휴대전화를 먹어 삼키려 하는 것 같았다.

남부 조호르 주의 바투 파핫에 사는 컴퓨터 공학과 졸업반 자크리즈 로드지(20)가 화제의 주인공. 소셜미디어에 올렸더니 단연 눈길을 끌었다. 소동이 시작된 것은 지난 12일 늦은 아침이었다. 오전 11시쯤 일어났는데 스마트폰이 사라졌다. 누군가 훔쳐 갔다고 로드지는 생각했다. 그는 “강도가 든 것 같지는 않았다. 무엇엔가 홀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휴대전화가 사라진 정확한 경위는 누구도 모른다. 어떻게 원숭이 사진과 동영상이 저장됐는지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영국 BBC도 15일 그의 전화에 저장된 동영상을 공유했는데 영상이 촬영된 시간은 휴대전화가 사라진 날 오후 2시 1분으로 나온다. 원숭이는 먹어 삼키려 하는 것 같고, 밝은 녹색 잎사귀와 새들이 뒤에 비치는 가운데 카메라를 노려보기도 한다.

다음날 오후까지도 전화기를 찾지 못했다. 아버지가 집 뒤쪽 정글에 원숭이가 있다며 의심스럽다고 했다. 해서 전화를 걸어봤다. 뒷마당에서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정글에서 벨 소리가 들려왔다. 야자수 아래 진흙이 묻은 상태로 발견됐다. 삼촌이 훔쳐 간 도둑의 사진이 찍혀 있을 것이라고 농을 했는데 깨끗이 닦고 사진갤러리를 열어보니 “빵 터지듯 원숭이 사진 등이 좌르르 뜨는 것이었다.”
말레이시아 대학생 자크리지 로드지의 휴대전화 갤러리에 저장된 원숭이 셀피 사진. 자크리지 로드지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말레이시아 대학생 자크리지 로드지의 휴대전화 갤러리에 저장된 원숭이 셀피 사진.
자크리지 로드지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그는 원숭이가 일부러 휴대전화를 훔쳐 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동생들이 열어둔 침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원숭이가 먹는 것인가 싶어 들고 갔을 것이라고 했다.

로드지는 트위터에 “한 세기에 한 번 볼까말까한 어떤 것”이란 글과 함께 사진과 동영상을 올렸고, 수천 건의 좋아요!가 달렸고 현지 언론에 보도까지 됐다.
영국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의 카메라에 저장됐던 인도네시아 짧은꼬리원숭이 나루토의 셀피 사진. 동물보호 자선단체 PETA와 저작권 다툼을 2년 벌일 정도로 화제가 됐다. 데이비드 슬레이터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영국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의 카메라에 저장됐던 인도네시아 짧은꼬리원숭이 나루토의 셀피 사진. 동물보호 자선단체 PETA와 저작권 다툼을 2년 벌일 정도로 화제가 됐다.
데이비드 슬레이터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도 놀랍게도 로드지의 짐작과 달리,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고 방송은 전했다. 2017년에 영국 사진작가는 짧은꼬리원숭이가 찍은 셀피 사진 때문에 동물보호단체와 2년이나 법정 다툼을 벌였다. 2011년 인도네시아 정글에 살던 나루토란 짧은꼬리원숭이가 몬머스셔주 출신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의 카메라를 주운 다음 셀피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당연히 슬레이터는 이 사진이 자기 소유라고 생각해 소셜미디어에 널리 공유했다. 하지만 동물보호 자선단체 페타(Peta)는 셔터를 누른 동물이 저작권을 갖고 있으니 자신들에게 기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미국 법원은 동물이 저작권 보호 주체가 될 수 없다며 페타의 소송을 기각했다. 대신 슬레이터는 나루토의 사진 덕에 수입이 발생하면 25%를 나루토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에 사는 짧은꼬리원숭이들을 보호하는 비용으로 쓰이도록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이행됐는지에 대해선 방송은 전하지 않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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