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얼굴, 이렇게 하얘? 인종차별 못 지운 美패션계

해리스 얼굴, 이렇게 하얘? 인종차별 못 지운 美패션계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21-01-11 21:30
수정 2021-01-1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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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패션잡지 보그 표지모델 등장
피부색 밝게 연출 ‘화이트워싱’ 논란
금발 백인 선호하는 업계 인식 여전
보그 측 “사진 보정한 적 없다” 일축

“윈터 편집장 흑인 친구 정말 없나
삼성 스마트폰으로 찍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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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의 모습이 실린 패션잡지 ‘보그’ 표지 사진이 그의 피부색을 하얗게 보정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보그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2월호 표지 사진. 보그 홈페이지 캡처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의 모습이 실린 패션잡지 ‘보그’ 표지 사진이 그의 피부색을 하얗게 보정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보그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2월호 표지 사진.
보그 홈페이지 캡처
유명 패션잡지 보그가 미국의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를 표지 모델로 내세우며 얼굴색을 하얗게 보정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과거 인종차별 관련 논란을 수차례 일으켰던 패션업계가 여전히 이 문제에 둔감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등장하는 보그 2월호 표지 사진을 두고 이른바 ‘화이트워싱’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이트워싱은 인종에 관계없이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최근에는 피부색을 원래보다 밝게 보정하는 등 유색인종의 본래 피부색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보그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문제의 표지 사진은 해리스 당선인이 검은색 재킷과 컨버스 운동화 차림으로 서 있는 모습을 담았는데, 인위적으로 손을 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들만큼 피부색이 유독 밝다. 해리스 당선인이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고 배경과 의상이 어울리지 않는 이 사진은 당초 표지로 쓰기로 합의한 사진도 아니었다. 해리스 측은 보그의 트위터를 보고서야 사진이 바뀐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상에서는 학생처럼 연출된 의상이 첫 여성·유색인종 부통령이라는 해리스의 상징성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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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0월 7일 미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유타대에서 진행된 부통령 후보 토론회에 참석해 연설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0월 7일 미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유타대에서 진행된 부통령 후보 토론회에 참석해 연설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보그 측은 사진을 보정한 사실이 없다며 ‘화이트워싱’ 의혹을 일축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금발의 백인 모델을 선호하고 유색인종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행태로 그간 실망을 안겨 왔기 때문이다. 보그뿐 아니라 다른 유명 패션잡지나 패션브랜드들은 백인을 흑인이나 동양인으로 분장시키거나 흑인을 비하하는 듯한 화보, 광고 등을 제작해 여러 차례 물의를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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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윈터 보그 편집장
애나 윈터 보그 편집장
무엇보다 비난의 화살은 30년 넘게 보그 편집장으로 군림해 온 애나 윈터에게로 쏠린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악명 높은 패션업계 인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그는 ‘마른 백인’을 미의 기준으로 고집하는 등 인종적 다양성에 대해 철저하게 무관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회사 직원들을 인종과 학력, 신체 사이즈에 따라 차별했다는 내부 고발자들의 증언이 보도돼 사과하기도 했다. 당시 인종차별 반대운동이 전 세계를 휩쓸며 패션업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컸지만, 정작 윈터는 회사 전체가 참여하는 인종 문제 관련 회의에 불참해 비판을 받았다.

유명 칼럼니스트 와자핫 알리는 이번 표지사진 논란에 대해 “윈터는 흑인 친구가 정말 없는 것 같다”면서 “내 삼성 스마트폰으로 찍어도 이 표지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비꼬았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1-01-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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