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서 다리 잃은 女전사 “칼슨 당신은 나라 위해 몸바쳐 봤어?”

이라크서 다리 잃은 女전사 “칼슨 당신은 나라 위해 몸바쳐 봤어?”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7-25 11:11
수정 2020-07-2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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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뉴스 앵커 칼슨 “덕워스 의원은 겁쟁이” 비난하자 엄호

2005년 이라크에서 부상 당해 두 다리를 잘라낸 마리사 스트록의 2008년 모습. 톰 스푸두토 제공 야후 뉴스 홈페이지 캡처
2005년 이라크에서 부상 당해 두 다리를 잘라낸 마리사 스트록의 2008년 모습.
톰 스푸두토 제공
야후 뉴스 홈페이지 캡처
“이봐요 칼슨. 당신은 얼마나 오랫동안 나라를 위해 헌신해 봤나요?”

미국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일리노이주 민주)을 향해 얼마 전 “겁쟁이”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는데 덕워스 의원과 마찬가지로 두 다리를 모두 이라크 전쟁에서 잃은 마리사 스트록이 이렇게 쏘아붙였다고 야후 뉴스가 23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이 매체는 덕워스를 인신공격에 가깝게 공격한 칼슨의 행동에 대해 스트록을 비롯해 참전 경험이 있는 여러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봤다고 밝혔다.

덕워스 의원은 2004년 11월 부조종사로 몰던 블랙호크 헬리콥터가 로켓 포탄에 맞아 두 다리를 잃었다. 이라크 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은 첫 번째 미국 여성이었으나 그녀가 마지막이 아니었다.

일년 뒤 추수감사절에 험비를 몰며 바그다드 남부를 순찰하다 도로에 매설된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다시피 했고 한달 가까이 코마 상태에 빠졌다. 무릎 아래를 모두 잘라내고 덕워스처럼 퍼플 무공훈장을 가슴에 달았다.

칼슨이 덕워스를 겁쟁이라고 비아냥댄 것은 덕워스가 CNN에 출연했을 때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노예를 소유했다는 이유로 동상을 끌어내리는 일이 온당하느냐고 묻는 데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못한 채 “국민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넘어간 대목과 칼슨의 프로그램에 출연을 거절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었다. 케이블 뉴스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시청률이 높은 칼슨은 덕워스 의원이 “비애국적”이라거나 “이 나라를 미워한다”면서 “얼간이” “사기꾼” “심히 멍청하고 인상적이지도 않은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스트록보다 일년 먼저 이라크에서 부상 당해 두 다리를 잘라낸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이 지난 1월 의회 의사당 복도를 휠체어로 이동하고 있다. AFP 자료사진
스트록보다 일년 먼저 이라크에서 부상 당해 두 다리를 잘라낸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이 지난 1월 의회 의사당 복도를 휠체어로 이동하고 있다.
AFP 자료사진
덕워스 의원은 칼슨의 도에 넘치는 비난을 대놓고 맞대응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만 트위터에 댓글을 달아 “@터커칼슨이 내 다리로 1마일이라도 걸어가길 원하고 그 다음 내가 미국을 사랑하는지 않는지 물어보고 싶어하는 거냐?”라고 되물었다.

늘 트위터 들여다보는 게 일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칼슨의 비아냥을 리트윗하며 선거 홍보물에 덕워스 의원이 “미국 건국의 기초를 망가뜨리려는 좌파 캠페인에 쏟아지는” 비판을 비켜가기 위해 군 복무 경력을 이용하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키게 했다.

스트록은 덕워스와는 잘 모르는 사이지만 덕워스가 치료와 재활을 했던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병원에서 자신도 같은 경험을 해 연결돼 있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여러 모로 태미는 군에서의 언니 같은 존재”라며 두 다리를 잃었고, 이라크 전투요원이었으며, 한 병원에 동시에 입원한 사이였다고 했다. 병원에서 매주 금요일 만찬을 가질 때 여러 차례 본 적이 있는 지도자 같은 존재였다고 했다.

이어 터커를 향해 “참전해 두 다리를 잃었다. 그런데 당신은 어디서 함부로 ‘비애국적’이란 말을 갖다 쓰는 거냐? 실수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당신은 얼마나 나라를 위해 헌신해봤느냐? 당신은 예쁘장한 소년처럼 데스크에 앉아 당신이 전혀 가져보지 못한 용기란 단어에 대해 입을 놀리고 있다. 그녀는 용기를 이미 증명했다. 당신의 평가 따위를 받을 필요도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은 많은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비판하는 입장으로 돌아선 가운데에도 여전히 트럼프를 옹호하는 방송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 회동을 현장에서 전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은 많은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비판하는 입장으로 돌아선 가운데에도 여전히 트럼프를 옹호하는 방송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 회동을 현장에서 전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실 칼슨이 미국 여성의 군대 내 역할을 우습게 여겨 공격한 것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국방부가 여성을 야전 임무에 배치하는 것을 금지한 정책을 이미 1994년에 철회하는 것을 검토한 적이 있다고 밝힌 2103년 1월 24일 트위터에 “민주당이 여성 폭력법(VAWA)을 밀어붙인 날 공교롭게도 오바마 행정부가 여성들을 최전선에 보내기로 하고 자랑해대고 있다”고 비아냥댔다. 이어 정말 형편없는 공감 능력을 드러낸 트윗을 날렸다. “페미니즘의 가장 최근 승리-전쟁에 나가 손발을 날려버릴 권리를 얻으셨다. 축하드린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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