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망자 10만명 육박 “방심 이른데…”
76일 만에 라운딩… 마스크 안 써 논란캐디 없이 직접 카트 몰며 ‘거리두기’
지지층만 겨냥한 정치적인 행보 고집
워싱턴 인근은 ‘코로나 핫스폿’ 급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골프클럽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칩샷을 하고 있다.
스털링 EPA 연합뉴스
스털링 EPA 연합뉴스
뉴욕타임스 등은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오전 10시 27분쯤 백악관에서 차량으로 35분 거리에 있는 버지니아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8일 플로리다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 간 이후 첫 라운딩이다.
CNN은 이날 라운딩이 취임 후 265번째였고, 자신의 소유 시설에 간 것은 357번째라고 전했다. 또 이날 골프 일정을 수행한 백악관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은 마스크를 썼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파트너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캐디 없이 스스로 카트를 모는 등 최소한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AF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 재개를 통해 경제 재개의 의지를 보였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에도 “일부 주지사가 주류점 등은 필수적이라면서 교회와 예배당은 (재개를) 제외했다. 옳지 않다”며 즉시 허용을 주장했다.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자신의 지지층인 백인 기독교인을 겨냥한 정치적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대응조정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에 앞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킨다면 해변을 가거나 골프, 테니스 등을 즐겨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워싱턴DC와 인근의 메릴랜드, 버지니아 등 3곳에 대해 최근 7일간 코로나19 양성 판정 비율이 가장 높다고 했다. 게다가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한국시간 24일 오후 3시 기준)는 9만 8683명으로 10만명에 육박했고, 확진자도 166만 6828명이었다.
포브스는 “리더십 관점에서 대통령의 골프는 형편없는 점수를 받을 것”이라며 “감염자수 세계 최고에 경제 침체를 지원하는 부양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서 공감 부족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23일부터 시작된 사흘간의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연휴는 코로나19 재확산 여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뉴욕주는 10명 이하 모임을 허용했고, 각지의 국립공원도 단계적 개방에 들어갔다. 캘리포니아주 의사당 앞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위대가 자택대피령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20-05-25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