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쿠슈너 팀 자원봉사자 문건 공개
“트럼프 지지자 챙기느라 마스크 차질”“급조된 팀원들은 동창회 같아”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2020.2.25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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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은 재러드 쿠슈너(39) 백악관 선임고문이 그동안 코로나19 의료물품 공급 임무를 맡았지만, 능력 부족으로 상황만 악화시켰다는 내부고발 내용을 보도했다. 쿠슈너가 꾸린 팀에서 활약한 자원봉사자의 내부고발 문서는 지난달 8일 하원에 제출됐다.
내부고발에 따르면 쿠슈너는 하버드대 동문들을 끌어모아 팀을 급조했다. 자원봉사를 위해 의욕적으로 모인 20여명은 컨설팅업체,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등에서 활약하는 인재들이었지만 의료물품 공급에는 경험이 일천한 ‘아마추어’였다.
내부고발자는 “우리는 미숙했고 트럼프 지지자(VIP)들의 의견을 우선하도록 한 백악관의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고 폭로했다. VIP 중에는 폭스뉴스 진행자 제닌 피로도 있었는데 NYT는 그가 뉴욕의 특정 병원에 마스크 10만개가 먼저 돌아가도록 로비를 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한 의사는 쿠슈너 팀에 중국의 대형 마스크 업체와 거래가 가능하다고 알렸지만, 그의 제안은 무시됐다. 이들은 또 3월 말에 뉴욕시에 1000개(6900만 달러·약 846억원 상당)가 넘는 인공호흡기를 공급하기로 했던 계약도 이행하지 못했다.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부랴부랴 국방물자법을 발동해 GM·포드 등에 인공호흡기 생산을 압박했다.
WP는 “통관 절차나 식품의약청(FDA) 규정을 명확하게 이해한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데일리메일은 “쿠슈너 팀이 마치 ‘동창회’(flat party) 같았다”고 꼬집었다. 명문대·대기업 코스를 밟은 ‘헛똑똑이’들이 초래한 난맥상이 감염병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셈이다.
쿠슈너는 미국이 세계 최다 확진·사망자 수를 기록한 지난달 말 한 방송에 나와 코로나19 관련 행정부 대응에 대해 “거대한 성공스토리를 썼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놔 공감능력도 떨어진다는 질타를 받았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20-05-08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