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파행 얼룩진 트럼프 유세…‘미니 슈퍼화요일’ 변수

폭력·시위·파행 얼룩진 트럼프 유세…‘미니 슈퍼화요일’ 변수

입력 2016-03-13 11:00
수정 2016-03-13 11: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루비오·케이식 “트럼프 책임” 날 세워…“후보 지명돼도 지지하지 않을 수 있어”민주당 힐러리·샌더스 ‘맹비난’…오바마도 가세 “모욕과 편가르기 말라”트럼프 “폭력배들” 반격속 ‘마이웨이’ 행보…보수층 결집효과 일으킬 수도

미니 슈퍼화요일의 최대 격전지인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에서 트럼프와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칠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즉각 맹비난을 퍼부었다.

분열과 폭력을 조장하는 언행을 보이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면 당 전체가 해체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까지 시사했다.

루비오는 이날 AP통신을 비롯한 미국 언론에 “트럼프는 분명히 분노를 자극하는 말을 사용해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공화당과 미국을 분열시키는 트럼프가 후보로 지명된다면 그를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케이식은 이날 오하이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는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폭력적으로 충돌하는 유독한(toxic) 환경을 만들고 있다”며 “국가의 지도자가 이 위대한 미국에서 국민들의 공포를 등쳐먹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고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될 경우 그를 지지하는게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이 같은 언급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화당 주류 내부의 반(反) 트럼프 정서가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나온다.

2위 주자로 당내 비주류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를 향해 “폭력을 조장하고 유권자들을 존경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트럼프가 당의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면 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힐러리·샌더스 이어 오바마까지 트럼프 맹비난 = 여기에 민주당 대선 주자들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가세하고 있다. 클린턴은 이날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교외에서 열린 유세에서 “트럼프의 추하고 분열적이며 폭력과 공격을 선동하는 언사가 잘못됐다”며 “만일 성냥을 갖고 놀다가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불을 낼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이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정치적 방화”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의 버니 샌더스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멕시코인들과 흑인들을 매우 상스러운 방법으로 모욕하고 있다”며 “폭력사태를 멈추게 하는 것은 트럼프에 달려있다”고 비판했다. 현직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개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열린 정치자금 모금행사에서 사실상 트럼프를 겨냥해 “모욕과 조롱, 사실조작, 편가르기를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트럼프는 ‘마이웨이’…경선에 득일까 실일까 = 트럼프는 이날 오하이오 주 데이튼과 클리블랜드,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에서 예정대로 유세일정을 이어가면서 이번 사태에 흔들리지 않고 지지층을 결집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폭력배들 때문에 (시카코) 집회가 취소됐다”며 “대도시에서 집회를 갖지 못한다는 슬픈 일”이라고 시위대를 겨냥한 뒤 “표현의 자유는 어디로 간 것이냐. 집회의 권리는 어디로 간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시카고 유세장 폭력사태가 단순히 일과성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가 그동안 쏟아낸 ‘차별적 언행’에 대해 흑인과 히스패닉계를 비롯한 소수인종의 반감이 뿌리깊게 확산돼있어 앞으로 유세 과정에서 트럼프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점점 더 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시위대를 다루는 트럼프의 대응이 지나치게 ‘고압적’이어서 폭력이나 물리적 충돌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폭력사태는 다시한번 트럼프의 거친 언행과 ‘자질론’, 검증되지 않은 불안한 리더십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 같은 폭력 사태가 보수층을 결속시키는 효과를 낳으면서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시위대의 표적이 된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앞으로 소수인종에 비우호적인 트럼프의 이미지를 강화시키고 이는 본선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은 이번 사태를 둘러싼 공화당의 당심(黨心)이 어디로 흐르는지를 가늠해볼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샌더스 ‘시위대’ 놓고 공방 = 트럼프는 이날 유세장에 등장한 시위대를 “버니 샌더스의 사람들”이라고 단정하고 이것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방해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카고 폭력사태에 관여된 시위대 중에는 ‘버니 샌더스’라고 쓰인 피켓을 든 샌더스 지지자들이 포함돼 있다.

이에 샌더스 측은 공식 성명을 내고 “트럼프는 병적인 거짓말쟁이”라며 “나는 트럼프 유세장에 우리 지지자들이 있었다는 것이 고맙지만, 우리가 시위를 조직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시위를 일으킨 것은 바로 증오와 분열을 조장한 트럼프 자신”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추계기구’ 의정 갈등 돌파구 될까
정부가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구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기구 각 분과위원회 전문가 추천권 과반수를 의사단체 등에 줘 의료인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의사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없이 기구 참여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 추계기구 설립이 의정 갈등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다
아니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