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군사개입’ 수순밟기 가속…美의회 제동흐름

오바마 ‘군사개입’ 수순밟기 가속…美의회 제동흐름

입력 2013-08-31 00:00
업데이트 2013-08-31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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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70% “의회승인 필요”…軍내부도 부정적 기류오바마 대통령도 상원의원 시절엔 “의회승인 있어야”

시리아 군사개입을 놓고 국내외에서 회의론이 부상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독자적’ 수순밟기에 돌입한 양상이다.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뒷받침하는 추가 정보와 구체적인 사망자 숫자를 공개하며 군사개입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여론전을 펴기 시작한 것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31일(현지시간) 긴급 회견을 자청해 시리아 군사개입의 근거와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런 맥락이다. 케리 장관은 “잘못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며 “미국은 스스로의 시간표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증거를 담은 비밀 정보보고서를 공개하고 사망자가 아동 426명을 포함해 모두 1천429명에 이른다며 구체적인 피해자 숫자를 밝혔다. 백악관과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은 같은 보고서 내용을 30일(현지시간) 의회 지도자들과 주요 상임위 멤버들을 상대로 브리핑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31일(현지시간) 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시리아 정부군을 향해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이 가까워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의 이 같은 수순밟기가 과연 필요한 국내적 지지와 동의를 확보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의회가 사실상 군사개입에 제동을 걸고 있는 흐름이다.

군사개입에 대한 의회의 사전승인을 요구하는 스콧 리겔(공화·버지니아) 하원의원이 행정부에 보낸 서한에는 하원 전체의원(435명) 가운데 200명에 가까운 의원이 서명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공격 결정에 대해 의회로 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 지를 놓고는 논란이 있다. 헌법 제1조에는 의회가 선전포고권을, 대통령은 군을 지휘해 전쟁을 치르는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오바마 대통령이 전쟁행위를 개시하기 전에 의회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을 보면 외국에 군대를 파견한 뒤 48시간 이내에 이를 의회에 통보하고, 60일 이내에 의회의 승인을 얻도록 돼있다. 의회의 승인을 얻지 못하거나 예외가 적용되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60일 이후 90일 이내에 작전을 끝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전쟁사를 보면 대통령이 의회의 사전 또는 사후승인을 얻지 않고 군사력을 사용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당장 오바마 행정부가 2011년 리비아를 공습할 때 의회로부터 승인을 얻지 않은게 대표적인 예다. 당시 백악관은 리비아 공습이 전쟁권한법이 적용되는 “지속적인 전투 또는 적대세력과의 교전’ 또는 ‘지상군 투입’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로부터 승인이 필요하다는 법률자문기구의 의견을 묵살했고, 의회에서는 오바마의 독자적 결정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돼왔다.

이번 시리아 군사개입 문제를 놓고도 백악관과 의회간에 유사한 논쟁이 일고 있다. 백악관은 법률적 권한과 근거를 갖고 자체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민주·뉴저지) 등 일부 의원들도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의회의 사전승인을 요구하는 다수 의원들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이고 급박한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의회의 사전승인 없이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사전승인 요구 주장은 최근 여론의 추이와 맞물려 힘을 받는 양상이다. NBC 뉴스가 30일(현지시간)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42%의 응답자만이 군사개입을 지지했고 50%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응답자의 79%가 의회의 사전승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 행위를 책임진 군 내부에서도 회의적 기류가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31일(현지시간) 장교 수십명과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이라크·아프간 두 전쟁이 낳은 상처와 군 재정 위축으로 인해 군대 내부에서 심각한 회의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시리아 전쟁에 잘못 발을 들여놓을 경우 아프간 전쟁의 ‘출구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군사개입에 제동을 거는 흐름이 강해지고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도 그만큼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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