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평등 씨앗 뿌린 그 곳에 ‘화합의 꽃’ 폈다

인종평등 씨앗 뿌린 그 곳에 ‘화합의 꽃’ 폈다

입력 2013-08-30 00:00
업데이트 2013-08-3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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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목사 연설 50주년… 같은 자리 선 흑인 대통령 연설 가보니

‘50년 전 이 자리에 서 있었던 사람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고(故)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내겐 꿈이 있습니다’ 연설 5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링컨기념관 앞 연못가. 이곳에 서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듣다 보니 머릿속은 문득 시간을 초월하고 있었다. 킹 목사가 서서 연설했던 링컨기념관 앞 계단과 대형 연못, 저 멀리 워싱턴 모뉴먼트까지 구조물은 그때 그대로였기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반세기 동안 지켜봤다오, 킹의 꿈
반세기 동안 지켜봤다오, 킹의 꿈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링컨기념관에서 열린 고(故) 마틴 루서 킹 목사 연설과 워싱턴 평화대행진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한 흑인 여성이 ‘나는 1963년, 1993년, 2013년 8월 28일 이곳에 있었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달라진 것도 있었다. 인파가 50년 전보다는 다소 적었다. 50년 전에는 모뉴먼트 언덕까지 인산(人山)을 이뤘지만 이날은 연못 끝까지만 인파가 들어찼다. 그래도 평일인 데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인파임은 분명했다.

예상보다 백인이 많이 눈에 띈 것도 인상적이었다. 흑인과 백인 숫자가 거의 반반이었다. 50년 전에도 ‘예상외로 백인들의 참여가 적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이날 백인들의 압도적 동참은 킹 목사의 유업이 인종을 초월해 영감을 주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서 초등학생 아들 둘과 함께 왔다는 백인 래리 베이커(42)는 “인권을 위해 헌신한 킹 목사의 정신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흑인 인권이 극히 암울했던 50년 전에는 시위의 성격이 강했지만, 이날은 축제처럼 행사가 치러졌다. 물론 50년 전에도 주최 측의 비폭력 원칙으로 시위는 평화적이었다.

50년 전 흑인 일색이었던 단상도 달라졌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 외에 빌 클린턴, 지미 카터 등 백인 전직 대통령도 연설대에 섰다. 킹 목사의 인권 운동을 지지했던 고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럴라인 케네디와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딸 린다 존슨도 연설했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와 흑인 유명배우 포리스트 휘태커도 연설에 나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킹 목사의 딸도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열정적인 연설로 심금을 울렸다.

킹 목사가 섰던 바로 그곳에 서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안고 있는 계층 간 경제적 불평등은 킹 목사의 꿈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는 증거”라면서 “끊임없는 경계심을 갖고 계속 행진해야 한다”고 연설했다.

5시간에 걸친 행사가 끝나고 인파에 떠밀려 나올 때 셔츠는 빗물과 땀으로 범벅이 돼 있었고, 땅바닥에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탈진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2013-08-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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