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후 68년 만에 돌아온 美 조종사의 반지

2차대전 후 68년 만에 돌아온 美 조종사의 반지

입력 2013-08-20 00:00
업데이트 2013-08-2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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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포로수용소서 굶주림에 초콜릿 바와 맞바꿔반지 보관하던 헝가리계 독일인, 인터넷 통해 주인 확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조종사였던 데이비드 C.콕스 소위는 1년 반 동안 독일군 포로수용소에서 생활하면서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독일 남부 모스부르크에 위치한 독일군 제 7-A 포로수용소로 전달되는 국제적십자사의 소포도 거의 끊겼고, 콕스 소위와 동료 포로들은 간간이 배급되는 벌레에 오염된 수프와 빵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출신의 콕스 소위는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마침내 어려운 결단을 한다. 그는 조종사를 상징하는 반지를 손가락에서 빼 철조망 건너편의 한 이탈리아인 포로에게 건네주고 초콜릿 바를 받았다. 그 반지는 콕스 소위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콕스 소위는 1994년 숨을 거둘 때까지 다시 그 반지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 반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 위치한 고(故) 콕스 소위의 아들(67) 집에는 10여명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모였다. 독일에서 배달된 작은 노란색 소포를 개봉하는 장면을 함께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콕스 소위의 아들은 소포를 뜯고 나서 조심스럽게 작은 플라스틱 상자를 개봉했다.

”아 여기에 있었어” 콕스 소위의 아들은 반지를 집어들면서 긴 탄식을 했다.

그는 “오, 주여, 나는 이런 일이 일어 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반지가 없어진 줄 알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콕스 소위의 반지가 어떻게 70년 가까운 긴 세월 만에 가족들의 품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을까. 그것은 한 독일인의 관대함, 인터넷, 그리고 시간의 치유력 덕택이었다.

콕스 소위의 반지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의 사연은 이렇다.

콕스 소위는 1941년 12월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 직후 학업을 중단하고 군에 입대했다.

그는 1942년 7월 26일 항공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그날 고등학교 때부터 연인 사이였던 힐다 워커와 결혼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콕스 소위의 부모는 아들에게 프로펠러와 비행기 날개 문양이 새겨진 금반지를 선물했다.

반지에는 ‘엄마, 아빠가 데이비드 C. 콕스에게,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즈버러...”라는 글귀도 새겨져 있었다.

콕스 소위는 미 공군 제 305 폭격 부대에 배속돼 B-17 폭격기를 몰고 수십 차례 독일과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 상공으로 날아가 임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콕스 소위가 몰던 폭격기는 1943년 7월 28일 독일 카셀 상공에서 공격을 받아 추락했고, 그는 낙하산을 타고 장미밭으로 떨어졌다.

콕스 소위는 독일군에 포로로 잡혀 신문을 받고 포로수용소로 끌려갔다. 그는 영화 ‘대탈출’의 배경이 된 악명높은 독일군 루프트 3 포로수용소에서 머물다 1945년 1월 모스부르크에 위치한 제 7-A 포로수용소로 옮겨졌다.

그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초콜릿 바와 반지를 바꾼 것이 바로 이 때였다.

마침내 1945년 4월 28일 조지 패튼 장군이 이끈 연합군은 제7-A 포로수용소를 해방했고, 콕스 소위는 중위로 진급해 고향으로 되돌아왔다.

그가 고향에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 가운데 하나는 포로수용소에서 초콜릿 바와 맞바꾼 반지와 비슷한 모조반지를 만든 일이었다. 1994년 숨을 거둘 때 콕스 소위는 이 모조 반지를 아들에게 건네 주었다.

그렇다면 콕스 소위의 진짜 반지는 누구의 손에 있다가 어떻게 가족들의 품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을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한 러시아의 퇴역군인이 이 반지를 헝가리인인 마틴 키스(64)의 할머니에게 팔았다. 마틴 키스의 할머니는 1971년 손자가 독일에 이민을 갈 때 이 반지를 돈이 갑자기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쓰라고 건네 주었다.

마틴 키스는 반지에 새겨진 글귀로 볼 때 이 반지의 원주인이 미국 군인일 것으로 생각했으나 찾을 방법이 없었다.

독일 호헨베르크 지역에서 교회 그림을 그리며 생활하고 있는 마틴 키스는 이달 초 미국인으로 같은 마을에 사는 마크 터너 씨 부부를 집으로 초대해 얘기를 하던 중 이 반지와 반지에 얽힌 얘기를 해주었다.

마크 터너는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 검색을 통해 반지에 새겨진 ‘데이비드 C.폭스’가 누구인지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냈다.

2005년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받은 한 박사학위 논문에 콕스 소위 아들의 일기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콕스 소위의 반지는 마침내 68년여 만에 가족의 손으로 돌아오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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