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WP, 신문업계 불황에 결국 주인 바뀐다

미국 WP, 신문업계 불황에 결국 주인 바뀐다

입력 2013-08-06 00:00
업데이트 2013-08-0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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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책 기사 주도…워터게이트·스노든 등 특종으로 명성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의 주인이 바뀌게 된 것은 무엇보다 종이신문 판매부수 감소와 광고실적 부진에 따른 경영난이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인터넷뉴스가 일상화된 언론환경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데 실패하면서 결국 인터넷 소매업체인 ‘아마존닷컴’의 창업자에 매각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으로, 같은 어려움을 겪는 신문업계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는 5일(현지시간)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가 공식적으로 인수 발표를 한 직후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에 ‘포스트, 베조스에게 팔린다’(Post to be sold to Bezos)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리면서 이런 현실인식을 그대로 나타냈다.

신문은 “지난 10여년간 금융위기로 인해 신문산업이 불황을 맞으면서 종이신문은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인터넷과 디지털기술의 부상으로 전통적인 언론사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수년간 몇차례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지난해에는 편집장까지 교체했으며, 올 들어서는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 있는 본사 사옥 매각을 추진하는 등 경영난 타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새로 등장하는 인터넷매체 등 신생 언론들이 계속 시장을 잠식하면서 주력사업인 종이신문의 판매 부수가 급감했고, 덩달아 광고마저 크게 줄어들어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더욱이 방송, 온라인, 교육 등 이른바 신수종 사업이 영업이익을 내는 와중에 종이신문은 매출액이 줄어드는 동시에 손실까지 계속되면서 부수업종이 주력업종을 ‘먹여 살리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또 지난달에는 인터넷판을 유료화한 데 이어 전력과 산업용 보일러 제품 생산업체를 매입하면서 사업 다각화에 나서기도 했으나 별다른 재미를 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는 있었지만 뉴욕타임스(NYT)와 더불어 ‘미국 최고의 신문’이라는 명성을 자랑하면서 특히 정치ㆍ정책 부문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언론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도 자체 기사에서 “이번 매각은 수십년간 주류 신문으로서 미국의 정치과 정책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던 워싱턴포스트로서는 갑작스럽고 놀라운 일”이라면서 “이런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걸 거의 아무도 알지 못했다”고 충격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미국 언론 역사상 최고의 특종으로 꼽히는 워터게이트 보도와 최근 국가안보국(NSA)의 기밀 감시프로그램 폭로 보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특종기사를 양산해 왔다면서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로버트 매카트니(31) 칼럼니스트는 “모두 충격에 빠져 있는 것 같다”면서 “모든 기자가 편집국에 서서 이번 매각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인수자로 나선 베조스가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데다 자금력도 풍부하고 기업의 이익에 크게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위기의 워싱턴포스트’가 새출발하는 데 적격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버드대 니먼언론재단의 조슈아 벤튼 국장은 “다른 사람들은 워싱턴포스트에 대해 돈 먹는 하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베조스는 그런 부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13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877년 민주당계 기관지로 창간한 뒤 1899년 한차례 매각되면서 보수적인 신문으로 성장했다.

이후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1933년 금융업자인 유진 마이어가 인수하면서 많은 독자를 확보했고, 1946년부터 마이어의 사위인 필립 그레이엄이 경영권을 넘겨받아 지금까지 그레이엄 집안이 소유해왔다.

지난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사임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으며 전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렸다. 2008년에만 6개를 비롯해 지금까지 무려 47개의 퓰리처상을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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