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에 日 경제계 ‘당황’…TPP 좌초·엔고 ‘걱정’

트럼프 당선에 日 경제계 ‘당황’…TPP 좌초·엔고 ‘걱정’

입력 2016-11-10 13:22
수정 2016-11-1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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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 해외전략 수정 고민…美 성장노선 펼 땐 수혜 기대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자 일본 재계에서 “마른 하늘의 날벼락”, “쇼크”라는 표현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정책 강화와 엔고 전환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10일 교도통신과 아사히·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에 따르면 보호무역 강화 발언을 해 온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일본 산업계에서는 향후 미국 정부가 미국 우선 정책을 실시해 세계 경제가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경영자단체인 경제동우회의 고바야시 요시미쓰(小林喜光) 대표간사는 “트럼프가 이긴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과 비교해 세계 경제에 차원이 다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쓰게 고에이(자<木+石>植康英) JR도카이(東海) 사장도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다. ‘트럼프 쇼크’라고 불러도 될 정도”라고 말했고, 일본상공회의소의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회장 역시 “미국의 정치·경제의 앞날의 불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재계는 특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비준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TPP가 실패한 협정인 만큼 집권하면 탈퇴하겠다고 여러차례 말했다.

한 화학회사의 수장은 “미국의 TPP 비준에 대해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한 대형 은행의 간부는 “TPP가 실현되지 않으면 일본기업의 수출확대 효과가 없어져 은행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엔저를 통한 수출확대가 지탱해온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를 수정해야 할 것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트럼프가 일본의 대미 수출이 미국 제조업을 약화했다고 공격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공약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실제로 실행하면 세계 실질경제성장률이 연간 0.4~0.8%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는 영국 싱크탱크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추산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일본정부 경제부처나 재계에서는 “당장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일본경제나 일본기업의 해외전략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통상전략 재고도 필요하다”는 소리도 나온다.

트럼프의 당선이 엔고 기조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10일 반등하기는 했지만 트럼프 당선의 영향으로 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01엔대까지 내려갔다.

일본페인트홀딩스의 다도 데쓰시(田堂哲志) 사장은 “90엔대로 단번에 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고 한 자동차 회사 관계자도 “엔고가 가속화되면 경영에 큰 영향이 생길 것”이라고 걱정했다.

특히 걱정이 많은 기업들은 멕시코를 생산기지로 삼아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곳들이다. 트럼프가 멕시코와의 국경에 벽을 쌓고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동안 트럼프가 선거전에서 일본차나 일본제품을 적대시하는 발언을 되풀이한 만큼 자동차업계 역시 고민에 빠져있다.

일본 자동차, 부품, 소재 회사들은 미국에 대한 수출 거점으로 멕시코를 활용하고 있어서 미국의 대(對) 멕시코 정책에 따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닛산은 2017년 멕시코에서 합작공장을 가동하고, 도요타자동차도 2019년 멕시코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자동차 대기업의 간부는 “달러당 100엔 밑으로 엔고가 진행되면, 국내에서 연간 1천만대를 생산해 500만대를 수출한다는 대전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철강업계도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황이다. 미국이 올해 들어 일본의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에 대해 연달아 반덤핑 관세 적용을 결정한 조치가 트럼프 시대를 맞아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류운송업계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완성차 수송을 하는 긴테쓰익스프레스의 도리이 노부토시 사장은 “미국과 멕시코 간의 국제물류에 대한 영향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가 현실주의적인 노선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풍부한 비즈니스 경험을 가진 대통령이 취임하면 미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기업경영자 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신<木+神>原定征) 회장은 “트럼프는 사업 경험이 풍부하다. 일본-미국 간 관계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는 트럼프측과의 대화통로가 없는 상황”이라며 새 정권에 대해 정보를 수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산토리홀딩스 니나미 다케시 사장도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기 때문에 현실을 직시, 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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