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지도부 내 불협화음? 정협주석 폐막연설 논란<일 언론>

중국 최고지도부 내 불협화음? 정협주석 폐막연설 논란<일 언론>

입력 2016-03-23 13:36
수정 2016-03-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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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1인지배 뒷받침 ‘핵심·일치 의식’ 대신 ‘책임 의식’언급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1인 지배체제‘가 굳어졌다는 관측이 일반적인 중국 최고지도부 내에서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당서열 4위인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시 주석의 1인 체제에 문제를 제기한 주인공이라는 분석이다.

위 주석은 지난 14일 정협 폐막연설에서 “정치의식, 대국(大局)의식, 책임의식을 한층 강화하며….”라고 연설했다. 당시 위 주석의 연설을 듣던 정협 위원 중 정치적 후각이 뛰어난 일부 위원들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분은 원래대로라면 ’정치의식, 대국의식, 핵심의식, 일치의식(중국어로는 칸치(看齊)) 4개를 함께 언급해야 하는 장면이다. 공산당 지도부 전원이 모인 정치국 회의에서 사실상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위 주석은 이중 뒤의 두 가지인 ‘핵심의식’과 ‘일치의식’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책임의식’이라는 말을 집어 넣었다.

23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이 연설을 들은 중국 관계자는 “지금까지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1인 무대‘였지만 최고지도부 내에서 불협화음이 들리기 시작했다”면서 “내년에 이뤄질 중요 인사를 앞두고 불협화음이 나타나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핵심의식과 일치의식은 시 주석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어다.

’핵심‘은 시 주석을 가리킨다. 단순히 공산당 지도자에 그치는게 아니라 모든 걸 지휘하는 한단계 위의 지위를 의미한다. 시 주석은 연초부터 스스로 키운 지방 지도자들이 잇따라 이 말을 언급하도록 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정착시켰다.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때 까지 상당수 지방지도자들이 앞을 다투어 가며 ’핵심‘을 언급했다.

’일치의식‘도 마찬가지다. 이말은 “우로 나란히”라는 뜻으로 구체적으로는 시 주석을 따르라는 뉘앙스다. 이런 전략은 거의 성공했다.

위 주석의 연설에 대해 또 다른 관계자는 “위정성이 4가지 중 2가지를 굳이 언급하지 않은 것은 간단히 말하자면 시 주석의 핵심이라는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니 복종할 것도 없다는 선언”으로 “일종의 저항”이라고 풀이했다.

문제는 위 주석이 언급한 ’책임의식‘이다. 여기서 책임이라는 말은 정협 위원뿐만 아니라 지도자들, 특히 시 주석이나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에게도 해당한다. 리더로서의 책임을 확실히 하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위정성이 폐막 연설을 하는 동안 시 주석은 기분이 언짢은 듯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졸려서 그랬는지, 기분이 언짢아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개를 숙이고 있어 사진을 찍으려 해도 초점을 맞추기 어려웠다.

위정성은 원래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 주석과 가까운 사이다. 중국 정계에서 오랫동안 영향력을 행사해온 기계공업파벌인 상하이파의 일원이기도 하다.

장쩌민도 외국인 손님들 앞에서 당시 상하이 최고 책임자였던 위정성이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을 정도다. 위정성은 또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 가문과도 매우 가깝다. 덩의 아들인 덩푸팡(鄧樸方)(신체장애인복리기금회장)의 비서를 지낸 경력도 있다.

장쩌민 계열과 덩샤오핑 가문으로 연결되는 ’태자당‘의 이중인맥인 셈이다.

위정성은 2012년 최고지도부 인사를 앞두고 주위에 “(당시 9명이던 최고지도부의) 마지막 자리에라도 어떻게든 들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2명이 줄어 7명이 된 최고지도부에서 서열 4위의 자리를 꿰찼다. 67세의 나이를 무색케 하는 대발탁이었다. 장쩌민과 덩샤오핑 이중인맥의 위력이다.

위정성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시 정권하에서 자신의 역할은 “균형자”라고 설명한다고 한다. 시 주석과 장쩌민 파, 덩샤오핑 계 등 각 파벌 간에 분쟁이 생길 때 중재역을 한다는 의미다.

니혼게이자이는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라고 지적했다. 내년 공산당대회에서 이뤄질 최고지도부 인사를 앞두고 전초전이 이미 시작됐다. 시 주석은 권력집중에 성공하고 있지만, 인사를 마음대로 하기에는 장애가 남아있다. 원로들의 세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정성이 처음부터 시 주석에게 시비를 걸고 나선 건 아니다. 3월 3일 정협 개막식 보고에서는 정협 위원 중 공산당원에게만 적용한다는 조건을 붙여 ’핵심의식‘과 ’일치의식‘을 언급했다. 조건부지만 시 주석에게 예의를 차린 것이다. 그걸 열하루가 지난 폐막식에서는 ’책임의식'으로 바꿔치는 고집을 보였다.

그는 개막식 보고에서도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견해와 인식에는 차이가 생긴다.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일치를 추구한다”면서 다양성을 되풀이 언급했다. 다양성 발언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으며 당시에도 여러 가지 억측이 나돌았다.

위정성은 70세로 현 지도부 내에서 최고령자다. 당 대회가 열릴 때 68세 이상인 사람은 은퇴하도록 한 내규에 따라 차기 당 대회에서는 물러나야 한다. 더이상 누구를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 나이인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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